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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제주'의 부활…K패션 '글로벌 테스트베드' 됐다

  • 2026.03.11(수) 16:34

방한 관광객 2000만 시대, 쇼핑 지도 재편
체험형 플래그십 앞세워 MZ 여행객 공략
내수 부진 속 외국인 수요가 패션업계 '돌파구'

그래픽=비즈워치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서울 명동과 제주도가 패션 상권의 중심지로 부활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 공실이 가득했던 거리에는 K패션 브랜드들이 속속 돌아왔다. 이들은 단순 판매를 넘어선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앞세워 외국인 소비 공략에 나섰다. 고물가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국내 패션 기업들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K뷰티에서 K패션 성지로

과거 로드숍 화장품 매장이 줄지어 있던 명동 거리의 풍경이 달라졌다. 최근 명동 일대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대형 패션 플랫폼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며 'K패션 쇼핑 거리'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브랜드들의 '회귀'와 '신규 진입'이다. 명동은 일 평균 수십만 명의 유동 인구가 몰리는 대한민국 대표 상권이다. 그런 만큼 해외 고객 접점을 넓히려는 브랜드들에게는 최적의 입지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1월 명동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 '코오롱스포츠 서울'을 열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 비중이 가장 높은 명동을 핵심 거점으로 낙점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브랜드 철학을 집약한 이 공간은 향후 전 세계 주요 상권에 선보일 매장들의 표준이자,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된다. 코오롱스포츠는 중국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발판 삼아 올해 글로벌 고객 접점을 전방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무신사 스토어 명동점'을 오픈하며 오프라인 영토 확장에 나섰다. 앞서 개점한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은 지난해 전체 거래액의 약 55%가 외국인 고객에게서 발생하는 등 이미 글로벌 거점으로서의 성능을 입증했다.

코오롱스포츠 서울 명동 플래그십 매장 전경/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무신사는 이런 상권 특성을 반영해 신규 매장 입점 브랜드의 80% 이상을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국내 브랜드로 채웠다. 명동을 K패션 트렌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설계한 셈이다. 여기에 명동의 터줏대감이었던 유니클로까지 플래그십 매장 복귀를 준비하며 상권 부활에 정점을 찍고 있다.

상권 회복세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2.2%에서 올해 7.4%로 4.8%포인트 감소했다. 완연한 회복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또 다른 핵심 상권인 제주 역시 패션 기업들의 출점 경쟁이 치열하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224만명으로, 2016년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제주 상권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스포츠·아웃도어 중심에서 '영캐주얼'로 중심축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브라운브레스 등 MZ세대 사이에서 팬덤이 강력한 브랜드들이 잇따라 제주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이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역시 트렌디한 K패션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휠라도 명동에 이어 지난달 제주 신제주점을 리뉴얼 오픈했다. ABC마트는 명동에 이은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인 '그랜드 스테이지'를 제주 연동에 열었다. 이밖에 유니클로와 탑텐 등 SPA 브랜드들도 대형 교외형 매장을 통해 관광객 수요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매보다 '브랜드 경험'

패션 기업들이 이처럼 오프라인 거점에 집중하는 이유는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 때문이다. 과거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개별 여행객(FIT)이 중심이 됐다. 유커들의 소비 패턴은 주로 화장품을 대량으로 쓸어 담던 구조였다. 그러나 개별 여행객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MZ세대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들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형 매장 방문을 선호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매장을 찾아가 직접 입어보고 사진을 찍으며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이 여행의 주요 목적이 됐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를 체험하는 '콘텐츠형 매장'이 관광 상권의 새로운 경쟁력이 된 이유다.

그래픽=비즈워치

패션 업계는 관광 상권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내수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된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은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고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관광 상권의 백화점과 로드숍에서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전사 매출을 좌우할 만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7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관광객 유입이 완전히 회복되면서 팬데믹 시기 철수했던 매장들이 하나둘 복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명동은 K패션을 전 세계에 알리는 콘텐츠형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지도를 쌓은 패션 브랜드들은 이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등 명동을 글로벌 사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관광 상권이 단기적인 매출 증대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브랜드의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는 브랜딩의 중심지로 진화했다"며 "명동과 제주에서 확보한 글로벌 인지도는 곧장 해외 직진출의 추진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K패션이 내수 브랜드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체질을 개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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