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업계가 의도치 않은 '이중고'에 직면했다. 중동 전쟁 여파에 따라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한데다,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각종 비용 부담이 확대된 탓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원가 부담이 한계에 도달할 경우 치킨 가격 인상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다 오르네
최근 육계(肉鷄) 시세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닭고기 도매가격은 1㎏당 4324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3987원)보다 7.8% 올랐다. 하림을 비롯한 주요 생산 업체들이 대형마트와 대리점, 치킨 프랜차이즈에 공급하는 닭고기 가격을 5~10% 인상한 것이 반영된 결과다.
닭고기 가격이 급등한 것은 공급 감소 때문이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을 대규모 살처분하면서 생산 기반이 흔들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동절기 육용 종계(닭고기용 병아리를 낳는 부모 닭)의 살처분 규모는 44만 마리에 달했다. 전년 동절기동안 12만 마리를 살처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배를 훌쩍 넘었다.
여기에 국제 곡물 가격의 변동성도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사료의 핵심 원료인 국제 곡물 가격은 현재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축산농가는 사료용 곡물의 90%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은 곧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사료비를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볏짚이나 보리 등 국내산 조사료를 일부 활용하는 소 농가를 제외하면 농가에서 사용하는 사료는 거의 100%가 수입산"이라며 "사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반 이상에 달하는데,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환율 상승세까지 거듭되면서 사실상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N차 인상?
업계 안팎에서는 닭고기 수급 불안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추가 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선택지는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상품과 원·부자재 등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은 물품의 대금을 지급하는데, 이 물품이 적정 도매가격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2024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외식업종 가맹점의 평균 차액가맹금(유통마진)은 2300만원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은 4.2%에 달했다. 다만 치킨 업종의 평균 차액가맹금은 이보다 높은 3500만원이었다. 고정비가 높은 만큼 원가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본사 차원에서의 가격 인상은 제한적이더라도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이중가격제(자율가격제)'가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중가격제는 배달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맹점주가 직접 메뉴 가격을 매장보다 높게 책정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주요 치킨업계 3사인 bhc와 BBQ, 교촌치킨을 비롯해 푸라닭치킨 등이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다만 외식 물가 전반이 상승한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소비자가 체감하는 치킨 가격은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일례로 교촌치킨 인기 메뉴인 '허니콤보'와 '레드콤보' 가격은 배달 기준 2만6000원, BBQ '황금 올리브 치킨'의 경우 콤보 메뉴로 변경 시 2만7000원 수준이다. 여기에 배달비까지 더하면 '치킨값 3만원'은 기본인 시대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상에 나서려는 사례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원재료와 환율 부담이 계속되면 가맹점 단위에서의 가격 조정이나 배달 가격 차등 적용은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