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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②정부의 보증 대신 ‘다수의 선택’으로

  • 2014.01.17(금) 09:31

<신년기획> 21세기 화폐 논쟁
3부 : 비잔틴의 딜레마를 풀다
‘신뢰’를 위한 나카모토의 아이디어ⅰ

<글 싣는 순서>
3부 : 비잔틴의 딜레마를 풀다
①순수(Bit) 그리고 공유(P2P)와 나눔(Open)
②정부의 보증 대신 ‘다수의 선택’으로
③비트코인의 시작과 끝인 마이닝
④거래 명세를 공개해 고리를 만들다
⑤정직한 다수가 항상 이긴다


P2P에 기반을 둔 비트코인 결제 네트워크는 필연적으로 글로벌 화폐의 속성을 지닌다. 지구 공통 화폐라는 얘기다. 언어와 인종, 국가를 넘나드는 네트워크의 속성상 그것은 필연이다. 국가 간 화폐가 달라 기축통화인 달러와의 교환 비율을 따져야 하는 환율이라는 개념도 없다. 환전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파격적인 만큼 의문도 많다. 솔직히 ‘지구 단일 화폐’라는 개념은 그야말로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봤다. IT가 발전하면서 부지불식간에 공상영화 소재의 모습들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긴 하지만, 그래서 아직은 ‘글쎄’라는 의문 부호도 여전하다.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실험(?)은 있다. 큰 범주에서 보면 유로(EURO)라는 유로존 단일 화폐가 그렇다. 기존 화폐의 프레임을 인정하고 미국 달러의 독주를 막기 위한 이유가 크다는 측면에서 비트코인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긴 하다. 유로화의 실패 원인으로 ‘정치적 통합의 지연’ 등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기존 화폐론의 ‘권력 또는 권위’ 문제가 있긴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비트코인은 이 문제를 ‘P2P에 의한 평등한 다수의 선택’이라는 개념으로 풀었다. 기존 화폐든 새 화폐 비트코인이든 거래를 위해선 이 거래가 정상적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기존 화폐에서 이것은 ‘정부가 보증’하는 것이다. 그 어떤 새 화폐가 만들어지더라도 이런 보증이나 신뢰가 없다면 현실적인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카모토는 이 ‘신뢰와 승인’을 정부가 아닌 ‘네트워크 참여자 다수의 선택’으로 가능하다고 봤다. IT 개발자들이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이유다. 그저 참여자 다수의 선택만으로도 ‘거래에 대한 신뢰 제공이 가능한 시스템이라? 비트코인이 큰 범주에선 디지털 가상통화이지만 이전의 그것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이다.



◇ 비트코인 거래 메커니즘의 독창성

프로그램 개발자가 아니라면 이 메커니즘을 충분히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비트코인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은 기존 화폐를 중앙은행이 어떻게 관리하는지 몰라도 사용하는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제 천천히 비트코인이 어떻게 ‘네트워크 참여자 다수의 선택’이라는 개념으로 이 거래를 신뢰하고 승인하지를 따라가 보자.

네트워크 상황에서 모든 거래를 암호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은행에서 발행한 전자지갑이나 앱으로 인터넷 뱅킹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는 보통 두 번의 승인 과정을 거쳐 금융거래를 완료한다. 전자지갑을 열 때 사용하는 본인 확인용으로 공인인증서, 송금 등 금융거래를 하면서는 부정 사용 방지를 위해 일회용 패스워드(OTP, One Time Password)를 쓴다.

OTP는 무작위 난수(Random number, 亂數)를 생성해 일회용 패스워드로 이용하는 사용자 인증 방식이다. 로그인할 때마다 일회성 패스워드를 만드는데, 이는 같은 패스워드를 반복 사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상의 취약점을 보완한다. 생성되는 난수가 항상 다른 것은 아니지만, 해당 거래의 시점에 그것이 중복될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매우 적다는 점을 이용한다.


비트코인도 두 가지 암호학적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해시 함수(SHA-256, RIPEMD-160)와 전자서명(ECDSA)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지금 인터넷 뱅킹을 할 때와 크게 차이가 없다. 암호학적 도구가 다르다고 해서 뭔가 대단히 특별한 것도 아니다. 이미 암호학계에선 보편적으로 쓰이는 도구들이다.

비트코인에서 해시 함수는 기본적으로 거래 정보를 암호화하는 데 사용한다. 해시는 알파벳과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된 값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결괏값을 만드는 처음 조건 값을 알아내기가 어렵다. 오리지널값의 조합이 어떻게 표현될지 예측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보통 비트코인의 익명성으로 설명한다. 비트코인을 준 사람과 받는 사람을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다는 얘기다. A가 1만 원짜리 지폐로 물건을 사고, B 상점이 그 지폐를 받아 다시 C 상점에서 물건을 샀을 때 C 상점은 그 돈이 A의 것인지 다른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다. 솔직히 알 필요도 없다. 지금 현재 현찰을 쓸 때도 그렇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현존하는 지폐와 가장 가까운 형태라고 말한다. 이것은 보통 돈세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지만, 그것은 현존하는 지폐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가 인터넷 금융거래를 하면 거래 정보를 정보 집중 기관에 저장한다. 정부나 금융기관은 거래 정보를 필요하다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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