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4-①그래도 남은 문제들

  • 2014.01.21(화) 09:59

<신년기획> 21세기 화폐 논쟁
4부 : 비트코인은 성공할까

<글 싣는 순서>
4부 : 비트코인은 성공할까
① 그래도 남은 문제들
② 여전한 ‘정보 비대칭’ 문제
③ 금을 캘까, 청바지를 팔까ⅰ
④ 금을 캘까, 청바지를 팔까ⅱ
⑤ 현 질서 대변자 중앙은행과의 전투
⑥ 화폐는 생활이고 문화다

나카모토가 디지털 통화 비트코인을 통해 제시한 아이디어는 이처럼 창의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스스로 완결성을 갖는 시스템 개념도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 개념은 지금까지의 비트코인 거래 과정을 증거로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암호학적인 보안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 현재까지 비트코인과 관련된 사고들은 비트코인 거래소를 해킹해 탈취한 것이 대부분이다. 비트코인의 채굴과 거래, 인증 과정에서의 중복 사용에 따른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비트코인 자체의 결함과 그에 따른 파생적인 문제들은 최소한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그동안 인터넷 분야는 포털을 중심으로 집중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 산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P2P 네트워크 서비스들은 각종 저작권 문제로 마치 해적 시장처럼 받아들여졌던 것도 현실이다.

나카모토는 P2P 네트워크의 최대 난제였던 ‘비잔틴 장군들의 딜레마’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했다. 이 문제가 궁극적으로 풀린 것이라면 앞으로 P2P 네트워크 기반의 상당히 많은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포털 중심의 인터넷 시장이 P2P 네트워크 시장과 공존하거나 경쟁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 마(魔)의 10분

그러나 몇 가지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앞서 봤듯이 악의적으로 중복해 사용된 비트코인이 노드들의 경쟁으로 자동 폐기되기까진 대략 1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이닝이 곧 승인’이니 모든 거래는 설계상 대략 1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악의적인 해커들이 중복 사용을 아예 포기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중복 사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비트코인 거래자 입장에선 내가 받은 비트코인이 정상 거래라는 것을 확인하기까지 평균 1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의 지폐나 주화처럼 중앙은행의 선(先) 보증이 아니라 거래 후 네트워크의 검증을 거치는 후(後) 보증이기 때문이다.

후 보증이 갖는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 이에 대해 현재의 지폐나 주화 사용 때와 실제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의 지폐나 주화도 거래 후 위폐를 확인하기까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비트코인의 평균 10분보다는 더 길다고 봐야 한다. 위폐를 확인해도 중앙은행은 이를 보상하지 않는다. 위폐를 받은 사람이 모든 손해를 감수한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와 크게 다른 것도 없는 셈이다. 다만, 요즘 많이 쓰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결제와 승인이 거의 동시에 끝난다. 앞서 봤던 몬덱스의 경우에도 결제 시간 단축을 위한 기술적 개선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소비자 입장에선 즉시 정상 거래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시간은 국가 간 거래나 거액의 거래에선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스타벅스에서 비트코인으로 커피 한 잔을 사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 제한된 통화량 디플레이션 문제

알려진 대로 비트코인은 전 세계 유통 수량을 2100만 개로 정해놓고 있다. 현재 설계대로 한다면 4년마다 새로운 통화 공급량을 줄여 2140년에 총 2100만 개의 비트코인이 유통되는 시점에서 통화량 증가가 중지된다.



비트코인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기간 동안 기존 화폐와 환산하는 방식으로 거래될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비트코인은 통화량의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 특성이 나타난다. 그래서 통화량 축소에 따른 유통 단위가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수점 이하 8자리까지 나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액면분할이다.

소수점 이하 8자리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자산 가치를 모두 포괄할 수 있다. 다만, 가치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상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거의 의미가 없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현존하는 각국의 화폐들과 경쟁하면서 공존한다고 가정하면, 그리고 발행 통화량이 시스템에 의해 물리적으로 제한된다면 디플레 효과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