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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⑥화폐는 생활이고 문화다<끝>

  • 2014.01.23(목) 14:17

<신년기획> 21세기 화폐 논쟁
4부 : 비트코인은 성공할까

4부 : 비트코인은 성공할까
① 그래도 남은 문제들
② 여전한 ‘정보 비대칭’ 문제
③ 금을 캘까, 청바지를 팔까ⅰ
④ 금을 캘까, 청바지를 팔까ⅱ
⑤ 현 질서 대변자 중앙은행과의 전투
⑥ 화폐는 생활이고 문화다<끝>



비트코인 시스템이 공개되고 2009년 1월 3일 첫 채굴이 성공한 지도 만 5년이 지났다. 새로운 화폐 질서를 요구하는 비트코인은 기술적으론 어느 정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해커들이 비트코인 시스템을 직접 침범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디지털 가상 화폐의 최대 약점인 중복 사용 문제도 지금까지는 해결한 것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전 인류 공통 화폐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지금 아무도 알 수 없다’가 정답일 듯하다. 공상 과학 영화를 떠올리며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전 인류가 이런저런 수수료 없이 사용하는 교환 수단으로서의 화폐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 인류가 외계의 생명체로부터 공격을 받아 생존을 위한 지구방위사령부 같은 것을 꾸렸을 때다. 현존하는 국가 체제의 해체를 의미한다. 유로존처럼 전 지구적인 경제공동체 단일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이를 지금 예상할 수는 없다.

비트코인은 앞으로 상당기간 기존 화폐들과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게 언제까지일지, 공존 후에도 화폐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과정에 다른 기술적인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다. 이는 극복 가능하더라도 기존 화폐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각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꾸준히 비트코인을 괴롭힐 것이다. 몬덱스 때처럼….



◇ 공존을 위한 전제 조건

사회 변혁은 생각보다 과격하지 않았다. 꾸준한 개선이라고 보는 게 더 맞다. 그것이 일반 기업과 조금 다른 점이다. 혁명적인 변화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에서 실제로 그랬던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비트코인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지금처럼 비트코인 거래소에서만 오가는 투기적 상황에 의존해선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이는 오히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들이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의 투기적 요소는 결국 사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기존 정부가 비트코인 규제에 나설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받으려면 지금의 가격 급변동 양상이 진정돼야 한다는 얘기와 출발점은 달라도 결과적으로 같은 얘기다.

가격이 급변해 화폐로서 인정하기 어렵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통화가 불안한 후진국의 사례에서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이런 후진국의 화폐가 화폐로서의 가치를 크게 상실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법정 화폐다.

최근 아르헨티나 페소가 다시 문제다. 축구 선수 메시의 이름을 딴 ‘메시 달러’라는 표현까지 생겼다. 박지성의 절친 ‘테베스 달러’도 있다. 이들은 등번호 10번과 11번을 쓰는데, 암시장 시세가 달러당 10~11페소를 넘나들며 생긴 우스갯소리다. 공식 환율과 60~70%의 차이가 나지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아르헨티나에선 페소가 화폐다.

교환 수단으로 쓰이는 여러 종류의 물건들이 초기에는 이런 현상을 겪는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람들의 생활에 어떻게 뿌리를 잡느냐이다. 화폐가 사람들의 생활과 같이한다는 것은 결국 그것의 사용이다. 돈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사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화폐의 지위를 논할 문제다. 가격이 심하게 변하면 사람들은 우려하고 쓰기를 꺼린다.



◇ 비트코인을 사용할 가맹점이 관건이다

이렇게 본다면 비트코인의 성공 열쇠는 얼마나 많은 가맹점을 확보해 사람들이 조금씩이라도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느냐다. 가맹점들도 거래에 따른 특별한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비트코인의 ‘공유와 나눔’ 철학에 대한 공감의 표시일 것이다.

지금처럼 비트코인의 가격 급변동이 심한 상태에선 가맹점들도 비트코인으로 어떤 이득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일부 홍보 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손해가 날 수도 있다. 비트코인 철학을 공유하고 나눔의 의미로서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것이지, 비즈니스 관점에서만 본다면 확산 자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종의 ‘기부 문화’ 같은 것이다.

비트코인이 그런 문화로 자리 잡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투기적 금융상품 같은 존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가맹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래서 공유와 나눔의 기부자들 즉 사용자들이 많아져야 그때야 비로소 비트코인의 화폐 지위를 얘기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도 비트코인의 비즈니스 가능성에 열광하는 사람은 계속 나타날 테고, 그중 일부는 돈을 꽤 벌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화폐는 생활이고 문화였다. 설사 그것이 강압과 폭력에 의한 화폐 사용이라 할지라도 생활로 자리 잡았으니 화폐다.

이렇게 비트코인이 순항하더라도 기존 화폐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는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간섭과 규제는 불가피하다. 쉽사리 기존 시스템의 지배권을 내줄 리 만무하다. 분명한 것은 이 논쟁에 들어가기 전에 쉽게 허물어지기 힘든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즉 살아남아야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것도 자명하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잔틴 장군들의 딜레마를 진화론으로 푼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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