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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⑤현 질서 대변자 중앙은행과의 전투

  • 2014.01.23(목) 09:52

<신년기획> 21세기 화폐 논쟁
4부 : 비트코인은 성공할까

<글 싣는 순서>
4부 : 비트코인은 성공할까
① 그래도 남은 문제들
② 여전한 ‘정보 비대칭’ 문제
③ 금을 캘까, 청바지를 팔까ⅰ
④ 금을 캘까, 청바지를 팔까ⅱ
⑤ 현 질서 대변자 중앙은행과의 전투
⑥ 화폐는 생활이고 문화다<끝>


기술적인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은 당연히 화폐적 가치와 새로운 화폐 질서를 놓고 현존하는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현재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 감독 당국의 반응은 조금씩 다르게 비친다.

유럽중앙은행과 미국 연방법원은 ‘실물 경제에서 통용되고 있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가상적이고 독립적이며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돈’이라는 평가를 한 적이 있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도 ‘통화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의회 청문회에서 ‘앞으로의 화폐 가능성’을 인정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비트코인이 돈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능성도 있다”며 “규제나 감독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핀란드 중앙은행은 “운용을 책임지는 발행자가 없으니 비트코인은 결제 수단(화폐)이 아니고 상품에 더 가깝다”고 밝혔다.

다른 언론 보도를 보면 독일과 미국 텍사스주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이 쓰인 거래에 과세하겠다’는 것이 포인트다. 노르웨이는 투자 자산으로 보고 자본이득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중국은 ‘일반인의 비트코인 거래는 자유’라는 입장이면서도 인민은행은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했다. 지급결제서비스 회사들의 거래도 중단시켰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말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과 보안성이 취약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나서 규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화폐나 금융상품으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나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 서로 다른 화법이지만 공식 인정은 없다

나라별로 다른 의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다. 현재 어느 나라도 이를 명확히 화폐로 인정한 곳은 없다. 독일과 미국 텍사스주의 경우에도 ‘비트코인이 정당한 화폐여서 그것이 쓰인 거래에 과세한다’기 보다는 ‘모든 거래엔 세금이 있다’는 차원으로 보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다.

노르웨이처럼 투자 자산으로 보고 자본이득세를 물린다면 그것은 화폐가 아니라 새로운 금융상품일 뿐이다. 영국 국세청은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바우처(상품권)로 취급해 구입 시 20%의 부가가치세를 매겼으나, 새로운 방안을 찾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영국은 독일처럼 사채(Private money)로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과 텍사스주, 노르웨이 등은 정부의 과세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더욱 분명히 한 것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정부의 과세권을 강조한다는 것은 정부의 화폐 제조권과 중앙은행의 화폐 관리권을 비트코인도 인정하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면서도 어느 나라도 비트코인의 개인 간 거래를 막은 곳도 없다. 금융기관과 지급서비스 회사들의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한 중국조차도 개인 간 거래에는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뭔가 가마솥이 뜨거워지긴 했지만, 실제 상거래 시장에서 이 정도의 거래량에 놀라 행정력을 동원할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행정력 낭비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비트코인 거래시장은 보통의 외환거래 시장과 큰 차이가 없다. 환의 가치 변동을 예측해 베팅하고 이득을 얻는 것과 다를 것이 별로 없다. 대부분 정부와 중앙은행이 현재의 비트코인 열풍에 우려를 보내는 것이 그런 측면이다. 비트코인을 투자 금융상품으로 본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이런 투기적 상황에서 개인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 기존 화폐 위협 느껴야 행정력 나온다

이렇게 보면 각국의 정부나 중앙은행의 코멘트는 ‘지금의 상황은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해야 할 만큼 성장하지도, 위협적이지도 않아서 규제나 감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아 보인다. 그저 소규모 디지털 쿠폰이나 사금융 시장에서 발원한 투자 대상 정도로 보겠다는 얘기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상거래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 기존 화폐와 의미 있는 경쟁이 벌어지면 그때 가서 정책을 정리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터넷 금융 거래나 상거래에서의 많은 규제는 이런 식으로 흘러왔다.

그리고 그 입장은 항상 기존 화폐를 두둔하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떠오르는 상품을 대놓고 배척할 수는 없다. 많은 경우 세금이나 충당금 등의 방식으로 거래의 효용성을 떨어뜨려 실제적인 가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것이 비주류에서 얘기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폭력’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애초부터 비트코인과 중앙은행의 전쟁은 쉽지 않다. 흔히 화폐 전쟁이라고 말하는 외환 전쟁은 국력과 연관성이 높다. 여기엔 경제적인 힘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힘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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