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온라인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폐지로 국내•외 소비자 편익 증대 및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기대효과는 섣부른 기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공인인증서, 과연 폐지만이 정답인가?’라는 리포트에서 “공인인증서는 국내에서 발급한 신용카드에만 적용하는 것이어서 해외에서 발행한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만으로도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들이 ‘천송이 코트’를 사지 못한 이유가 공인인증서 때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실제 이유를 “국내의 카드결제대행사(PG)들이 해외 카드의 결제 승인을 하지 않거나, 상당수 국내 인터넷 쇼핑몰이 해외 배송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이 해외 카드에 대한 결제서비스와 해외 배송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공인인증서를 사실상 강제하면서 여러 불편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지만, 이번 ‘천송이 코트’ 이슈의 핵심 사항은 아닌 셈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이슈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감독 당국으로선 규제 폐지의 시늉은 하지만, 적극적인 대안 마련으로는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당국은 보도자료에서 앞으로는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들이 공인인증서 사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내국인 대상 쇼핑몰의 경우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보안 또는 인증수단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공인인증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국내 온라인 쇼핑몰업자들이 해외 판매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그냥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는 셈이다. PG사 입장에서도 굳이 투자비용을 들여 별도의 보안 및 인증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이유도 없다. 몇몇 민간 업체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기술을 개발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30만 원 이상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가군 인증’을 받지 못한 상황임을 보면, PG사들이 먼저 움직일 리는 만무하다.
준비 덜 된 박근혜 대통령의 쇼맨십 발언과 의지 없는 정부의 시늉하기로 공인인증서 문제가 방향을 잃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