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과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4명이 KB금융 회장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은 낙마했다. '친박' 경력이 결국 독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이에 따라 KB금융 회장 레이스는 내부 출신 3명과 외부 출신 1명이 경쟁하는 구도로 정리됐다. 금융권에선 하영구 행장과 윤종규 전 부사장을 일순위 후보로, 김기홍 전 부행장은 다크호스로 지목하고 있다.
◇ KB금융 회장 후보군 4명 압축
▲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16일 4차 회추위를 열고, 1차 후보군에 오른 7명에 대한 평가를 통해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했다. 왼쪽부터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16일 오후 4차 회추위를 열고, 1차 후보군에 오른 7명에 대한 평가를 통해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했다. 회추위는 다음 주 중 4명의 후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해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군에 오른 김기홍 전 부행장은 조세연구원과 보험개발원을 거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냈다. 2004년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2005년 수석부행장에 올랐다.
윤종규 전 부사장은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다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시절 통합 국민은행의 1기 경영진으로 영입됐다. 2004년 KB를 떠났다가 어윤대 전 회장 시절 다시 복귀했다.
지동현 전 KB카드 부사장은 수출입은행 해외투자연구소와 금융연구원 연구원을 지냈다. 조흥은행 부행장과 LG카드 부사장, KB금융 전략담당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하영구 행장은 2001년 한미은행장에 올랐다. 2004년 한미은행이 씨티그룹에 인수된 후에도 지금까지 14년째 은행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이동걸 낙마…하영구 씨티은행장 급부상
반면 당초 하영구 행장과 함께 외부 출신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이동걸 전 부회장은 탈락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일한 전력이 결국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경쟁그룹인 신한금융 출신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부회장이 낙마하면서 KB금융 회장 레이스는 일단 낙하산 논란에선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외풍이 개입할 여지가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 출신인 김기홍 전 부행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 3명이 모두 전남 출신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이에 따라 KB금융 회추위원인 사외이사 8명의 의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14년의 은행장 경력에다 해외 네트워크까지 갖춘 하영구 행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회추위가 회장 후보 조건으로 내세운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 등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하 행장이 일찌감치 씨티은행장을 사퇴하고, KB금융 회장 레이스에 올인한 점 역시 뭔가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다만 하 행장이 최근 씨티은행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국민은행 노조를 비롯한 KB금융 내부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4명의 후보군 가운데 하 행장에 대해서만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 윤종규 전 부사장도 유력…다크호스는 누구?
내부 출신으론 윤종규 전 부사장이 일순위 후보로 꼽힌다. 재무와 전략, 영업 등을 두루 경험한데다, 전문성과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로 내부 직원들의 신망도 두텁다.
김정태 전 행장과 함께 과거 국민은행의 부흥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점도 프리미엄이다. 회계 문제로 금감원의 제재를 받긴 했지만 당시 관치 논란이 불거진 바 있어 큰 결격 사유는 되지 않을 전망이다.
김기홍 전 부행장은 연구소와 금감원, 은행을 두루 거친 경험에다 깔끔하고, 선 굵은 일처가 강점이다. KB금융지주를 설립할 당시 그룹의 큰 틀을 짠 장본인이어서 KB금융의 당면 과제인 지배구조 쇄신에 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에선 금감원 지원설도 나온다.
지동현 전 부사장은 KB금융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데다, 김 전 부행장과 마찬가지로 이론에 강하다는 점이 무기로 꼽힌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이른바 ‘연피아’ 인맥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개인적인 역량에다 내부와 외부 출신의 장단점이 승부를 가르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