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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사실상 서로만이 유일한 경쟁자

  • 2015.04.22(수) 13:57

‘신한 vs 삼성’ 금융 맹주를 꿈꾼다②

우리는 흔히 삼성의 금융회사들을 묶어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말하진 않는다. 그들은 별도의 금융그룹을 형성하고 있지 않다. 그저 삼성그룹의 여러 계열사 중 하나하나다. 삼성금융그룹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의 일일 뿐이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으리라 장담하는 이는 없다. 언젠가는 이들 금융회사를 묶어 계열분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자연스러운 예상이다.

삼성의 제조업과 금융부문이 엮인 출자 구조를 깨는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으로 인해 속도는 더 나는 듯한 인상이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며 형제들 간 교통정리는 실제로 눈앞에 닥친 일이다. 삼성의 스타일과 그 복잡함을 고려할 때 어느 한순간에 해치울 일은 아니지만, 먼 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분명히 아니다.


삼성의 금융회사들을 여느 금융그룹과 잘 비교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은행이 없어서다. 금융그룹이라 하면 보통 가장 기본적인 은행이 있어야 한다는 막연한 선입견이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이빨 빠진 듯한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메리츠지주(보험 주력)와 한국투자지주(증권 주력)도 엄연한 금융지주회사다. 증권과 자산운용, 보험, 캐피탈, 벤처투자를 아우르는 미래에셋도 마찬가지다. 자산 규모 면에서 은행지주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뭔가 격이 다른 듯한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 글로벌 금융 보폭 넓히는 이재용 부회장

삼성의 금융회사들은 분명히 여느 은행지주와 덩치 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메인프레임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한 은행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지주들은 부지불식간에 삼성금융을 경쟁자에서 배제했는지도 모른다. 완전히 반대의 시각도 있다. 이미 글로벌 컴퍼니의 지위를 가진 삼성전자를 등에 업은 삼성그룹의 금융회사들을 감히 주인 없는 은행지주들이 쉽게 경쟁자로 인식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까진 그래 왔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변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사실상 독주시대가 열리면서 신한의 입장에선 새로운 경쟁자가 필요하다. 삼성의 금융회사들은 당장 계열분리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룹 내 금융부문의 성장을 요구하는 오너의 목소리에 긴장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글로벌 금융’ 선포가 어떤 의도에서 나왔건 그렇다. 이 부회장은 이미 태자(太子)의 지위를 넘어선 것으로 본다.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금융' 보폭을 넓히고 있다. 비교적 규제가 덜한 중국에서 거물들을 잇달아 만나며 삼성금융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베이징에서 시틱(CITIC) 그룹 창전민 동사장(董社長·대표이사·왼쪽)과 만나 금융사업 협력 확대에 합의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삼성그룹)

금융업은 태생적으로 내수산업이고 규제산업이다. 정부는 ‘금융의 삼성’을 외치며 다그치지만,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로 그것을 이루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금융’이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삼성에도 쉽지 않은 목표다. 정확히는 국내에서 확고한 지위를 점령한 뒤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가능한 미션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에서의 확고한 지위가 먼저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금융에도 신한금융은 좋은 경쟁자다. 더욱이 은행도 없는 금융그룹이 확고한 1위 금융그룹의 지위를 확보한다면 그 자신감은 더 클 것이다. 실제로 삼성금융의 여러 지표는 이미 신한금융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 아직은 우열을 분명히 가리기 힘들다. 세계적인 금융그룹과의 격차는 삼성금융도 매한가지다. 그래서 최적의 경쟁자이면서 파트너인 셈이다.

◇ 덩치와 이익, 이런 맞수가 없다

삼성금융의 계열사는 총 6개사다. 삼성생명을 핵심으로 화재, 증권, 카드, 자산운용, 벤처투자 등이다. 이 6개사의 총자산은 2014년 말 현재 307조 원(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기준, 평잔). 신한금융은 325조 원(평잔)이다. 각 주력인 은행(신한·제주은행 합산)과 생명보험은 279조 원 vs 214조 원(각 회사 IR 기준)이다. 삼성생명과 화재를 합친 보험업 총자산은 268조 원으로 신한금융 은행부문과의 차이는 11조 원이다. 은행지주 기준으로 보면 대략 1년치 차이다.

이익은 전반적으로 삼성금융이 낫다. 삼성금융 6개사는 지난해 3조 382억 원의 세후 순익을 냈다. 신한금융은 다시 2조 클럽에 복귀하면서 2조 811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과 화재의 이익을 합치면 2조 1336억 원으로 신한금융 전체 이익보다 많다. 그러나 삼성금융의 지난해 순익은 대체로 특별이익에 영향을 받았다. 삼성생명은 삼성물산 주식 745만 주를 처분하면서 발생한 이익 3614억 원을 빼고 보면 대략 1조 원 안팎의 순익 규모다.


이렇다 보니 겉으로는 삼성금융의 이익규모가 월등해 보이지만, 자산 규모와 마찬가지로 큰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경영실적을 근거로 신한금융의 총자산이익률(ROA, 당기순익/총자산*100)은 금감원 발표 기준 0.62%, 신한금융 IR 기준 0.68%다. 삼성금융의 단순 합산 ROA는 0.99%다.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계열사 간 지분 변동 과정에서 생긴 특별이익을 제거한다면 대략 삼성금융의 ROA는 0.8% 안팎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의 ROA는 매우 중요하다. 자본과 부채를 합친 자산을 얼마나 잘 굴려 이익을 냈는가를 보는 지표다. 전 세계 많은 금융회사가 ROA 1%를 목표로 세운다. 글로벌 100대 은행을 기준으로 보면 0.7~0.8% 수준이다. KB와 농협, 하나금융의 지난해 ROA는 0.21~0.40%다. 2013년 치 ROA도 비슷한 양상이다. 신한금융과 삼성금융이 그나마 글로벌 수준에 근접해 있다. 물론 이들도 아직은 글로벌 100대와는 거리가 멀다.

주력 업종의 차이로 단순 비교의 의미는 떨어지지만, 임직원 수와 영업점 규모도 용호상박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기준으로 임직원 수는 신한금융이 1만 명가량 많다. 그러나 이는 보험 설계사를 뺀 숫자다.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만 2만 7076명이다. 등록 설계사도 2만 9000명이 있다. 삼성화재의 전속 설계사는 2만 1026명, 등록 설계사는 4만 506명에 이른다. 영업점은 신한이 1372개, 삼성이 1665개다.

우리나라에서 맞수치곤 이런 맞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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