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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은행지주 독주 구축한 신한금융

  • 2015.04.21(화) 14:49

‘신한 vs 삼성’ 금융 맹주를 꿈꾼다①

신한금융과 삼성금융은 서로 다른 영역을 지배하면서 마치 경쟁자가 아닌 듯 살았다. 금융업의 본류인 은행과 이와는 다른 보험을 핵심으로 하면서…. 그러나 하늘의 태양이 두 개일 순 없다. 둘은 이제 서로의 메인이 아닌 자산운용업에서 승부를 가릴 태세다. 한두 해에 날 승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금융 맹주를 가리는 본격적인 경쟁은 시작됐다. 따로 또 같은 신한금융과 삼성금융의 전쟁 서막을 5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신한금융과 삼성금융, 이 둘은 그동안 서로 무심했다. 신한은 신한대로, 삼성은 삼성대로 서로가 서로를 간섭하지 않았다. 신한금융은 은행업, 삼성금융은 보험업이라는 인상이 짙어서다. 서로 다른 땅덩어리를 지배하기에 가능했다. 마치 사자와 호랑이처럼. 언론도 이 둘을 같은 테이블에 잘 올리지 않는다. 서로 사는 세상이 다른데 굳이 버무려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판이 바뀌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신한금융의 성장이다. 정확히 말하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의 우열이 분명해졌다. 후발 은행인 신한은행이 옛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안정적으로 키웠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전 세계적인 저금리로 수익률이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그들의 안정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였다는 신한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도 조직의 탄탄함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사례다.

▲ 신한은행이 매년 초에 여는 업적평가대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냉정한 평가와 이에 따른 성과와 보상이 잘 녹아 있다. 이것이 신한 조직을 지탱하는 원천이라고 많은 신한인들이 말한다. 은행권에선 찾아보기 힘든 전국 행사다. 사진은 지난 1월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신한은행 종합업적평가대회 장면. 이날 대회에서 삼성역 금융센터의 이형락 센터장(현 강남금융2본부장) 등 직원들이 기업부문 대상을 받았다(아래, 사진=신한은행).

◇ 자타공인 위기관리 능력에 경쟁자의 부진까지

게다가 경쟁자들의 부진은 그야말로 굴러 들어온 복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의 지원으로 탄생한 우리금융(우리은행)은 내심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그들의 아킬레스건인 부실은 국민 세금으로 간단히 해치웠다. 경기가 좀 살아난다면 그들의 최대 강점인 막강한 기업금융 네트워크는 금방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은행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민영화 과정에서 그룹은 해체됐지만, 은행의 새 주인 찾기는 실패했고, 또 언제 될 지도 요원하다. ☞우리은행 못 팔았나? 안 팔았나?

KB금융그룹도 비슷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임영록-이건호 분쟁’이 터지면서 한순간에 고꾸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KB를 잘 아는 윤종규 회장 겸 은행장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시간은 더 필요하다. 한 번 크게 흔들린 데다,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로 시어머니가 한둘이 아니다. 이 문제는 윤 회장과 조직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묘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윤 회장이 스스로 몸을 불살라 막아야 하는 사안이어서 여간 쉽지 않다. ☞KB의 지배구조와 윤종규의 100일 ☞KB vs 우리, 정치금융을 대하는 자세

그나마 좋은 경쟁자로 예상했던 하나금융도 하는 일이 맘 같지 않아 한숨을 짓는다. 외환은행을 사는 경쟁에선, 이기기 위해 무슨 약속이라도 못했겠느냐마는 달라진 금융 환경을 조직원들에게 설명하고 마음을 모으게 하는 데선 경영진의 아마추어리즘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하나금융은 주도권을 법원에 내준 채 그들의 판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마음만 급하고 되는 일이 없는 형국이어서 신한금융을 추격할 기회마저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화중단 두 달, 하나금융의 딜레마

한국의 크레디 아그리꼴(프랑스의 농민은행으로 자국에서 2위권인 금융그룹)을 꿈꾸는 농협금융도 신경은 쓰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농협금융 회장 시절 인수한 우리투자증권을 계기로 자산 순위 빅4로 치고 올라왔다. 예전부터 그 가능성과 저력을 의심치 않은 농협금융이 임종룡 회장을 만나, 거대 증권사인 우투증권 인수 경쟁에서 이긴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드디어 알을 깬 것이냐는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떠났고, 새 선장(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을 기다리고 있다. 새 선장의 농협금융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시간이다. ☞한국의 CA 꿈꾸는 농협의 민간 체험

◇ 독주 시대 열리며 흐트러지는 조직 긴장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금융인은 신한금융의 독주 시대가 열린 것으로 평가한다. 은행지주 금융그룹 중에선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는 얘기다. 금융회사의 순위를 매길 때 흔히 쓰이는 자산과 순익 규모를 보면 실제로 그렇다. 2014년 경영실적(금감원)을 토대로 자산과 순익 모두 1위다. 자산은 연결 기준으로 338조 원. 2위인 농협금융과 22조 3000억 원 차이다. 신한금융의 이익 규모는 2조 824억 원으로 KB금융보다 8494억 원 많다.

내용상 차이는 더 큰 것으로 본다. 자산 증가 면에서 경쟁 은행지주들보다 월등하다. 지난해 신한금융이 26조 7000억 원의 자산을 늘릴 때 하나금융은 20조 3000억 원, KB금융은 16조 6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순익도 2013년보다 신한금융이 1465억 원 더 번 반면 하나금융은 1124억 원, KB금융은 1062억 원 느는 데 그쳤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성장 속도 면에서 경쟁사들과의 이런 격차는 더 커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한금융의 독주 시대라고 사실상 이해하는 것이다. 특별한 악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경쟁 은행지주들이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뛰기 시작하더라도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 없다면, 이 격차를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신한금융은 이제 새로운 경쟁자를 찾아야 한다. 선의의 경쟁은 조직의 긴장도를 끌어올린다. 새로운 목표가 있어야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조직의 긴장은 금융 사고도 예방한다. 최근 산한은행의 한 지역본부에서 벌어진 추태를 놓고 많은 금융인은 신한답지 않다고 얘기한다. 전반적으로 조직의 긴장도가 떨어지면서 뭔가 나사가 풀린 것 같다는 얘기를 조직 내부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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