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들이 올해 1분기 실적을 모두 발표한 가운데, 신한금융과 삼성금융 간의 좋은 경쟁 구도가 유지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금융부문의 1등을 목청껏 외치고 있고, 표면적으론 근소하게 앞섰지만, 아직 ‘1등 삼성금융’은 아니다.
14일 각 금융회사의 실적 자료를 보면 삼성생명과 화재, 증권, 카드 등 삼성그룹 4개 금융 계열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익은 총 9234억 원이다. 분기 순익이 1조 원을 바라보는 엄청난 규모다.
신한, 하나, KB, 농협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 순익은 총 1조 7085억 원. KB(6050억 원)와 신한(5921억 원)이 6000억 원 내외다. 은행 금융지주들이 연간 순익 ‘2조 클럽’ 가입을 목표로 잡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올해 1분기 금융회사들의 실적은 예상보단 좋았다. 영업을 잘했다기보단 일회성 특수요인들의 영향을 받았다. 10년 소송을 치른 삼성자동차 관련 특별이익에다 금융감독당국의 회계처리 위반 판단으로 더 냈던 법인세도 돌려받았다.☞ 잊었던 적금(?) 탄 은행들의 경영 착시
◇ 삼성전자 배당금에 웃은 삼성생명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도 비슷한 것이 있다. 매년 1분기에 받는 그룹 관계사의 배당금이다.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이 잘하고 못하고는 상관없이 오너의 그룹 지배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순환 출자 구조에 따른 영향이다. 올해도 이 배당금은 1분기 순익에서 무시하기 힘든 비중을 차지했다.
1분기에 4636억 원의 순익을 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배당금만 2072억 원을 받았다. 다른 관계사의 배당금까지 더하면 2898억 원이다. 전체 순익에서 이 비중은 63%. 관계사 배당금 440억 원을 받은 삼성화재도 순익(2937억 원) 대비 비중이 15%다. 삼성금융 4개사는 총 3358억 원을 관계사 배당금을 받았다. 순익 대비 36%다.
그래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특수 요인을 제거해봤다(관련 세금은 무시). 하나금융과 KB금융에선 삼성차 관련 채권이익과 법인세 환입을 빼고, 농협금융에선 농협중앙회에 주는 명칭사용료를 더했다. 삼성금융에선 관계사 배당금을 뺐다. 이렇게 하니 삼성금융의 1분기 수정 당기순익은 5875억 원. 은행 지주 1위인 신한금융 5921억 원보다 46억 원 적다. 세금을 고려하면 차이는 조금 더 늘어난다.
회사들이 제공하는 IR 자료에서 사용하는 영업이익은 회사마다 조금씩 개념을 달리 써,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발표 자료로만 보면 영업이익 규모는 1조 2000억 원에 근접한 삼성금융보다 은행 지주사들이 많이 적다.
◇ 야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삼성생명법’ 주목
앞으로 삼성전자가 배당성향을 높이면 삼성금융에 미치는 이 영향은 더 커진다. 삼성생명이 지난 12일 실적을 발표한 뒤 13일 주식시장에서 7.27% 급등하며 시총 5위로 뛰어오른 이유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 확대 기대감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수혜주라는 사실이 다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삼성생명 등 삼성금융 입장에선 ‘양날의 검’ 같은 것이다.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종걸 의원이 지난 7일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소위 삼성생명법은 이 원내대표가 지난해 4월 대표 발의했다.
소위 삼성생명법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을 취득가격에서 시가로 바꾸자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삼성생명의 2013년 말 기준 총자산은 157조 원. 현행 기준 취득가로 약 4조 7000억 원(총자산의 3%)을 한도로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이를 시가로 바꾸면 19조 원이 넘는다. 계열사 주식 보유 비율이 12%가 넘는다.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처분해야 ‘총자산의 3%’ 기준을 맞출 수 있게 되고, 순환 출자의 안정성도 영향을 받게 된다.
삼성생명은 순환출자 과정에서 가진 지분 이외에도 보험금의 운용을 위해 취득한 삼성전자 주식도 많다. 삼성전자 주식이 그만큼 우리나라 대표주여서 고객의 보험금을 안정적으로 굴려준다는 취지이지만, 오너의 그룹 지배를 더 공고히 하는 데 음으로 양으로 영향일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이 법안은 그동안 법안 심의가 지지부진했다. 이유는 대충 추정이 가능하다. 지난 4월 어렵사리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차례 논의했으나 처리하지 못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당시 정무위에 참석해 반대 의견을 냈으나, 시민단체 등은 여전히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금융위원장, 삼성생명법 반대 뜻 밝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