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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같은 DNA를 가진 신한과 삼성

  • 2015.04.23(목) 14:24

‘신한 vs 삼성’ 금융 맹주를 꿈꾼다③

신한금융과 삼성금융은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신한은 삼성 같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신한은행은 금융산업의 삼성이라고…. 신한금융이 지금처럼 금융업에서 자산과 순익 모두 1위를 차지하기 전부터다. 옛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하기 전부터. 조직문화라는 것이 어느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듯, 신한은 그렇게 처음부터 삼성을 의식하며 닮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보통 ‘관리의 삼성’이라 말하듯 은행 중에서 리스크관리라면 신한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거래 기업의 상태가 나빠지면 가차 없이 대출을 회수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있었다. 외환위기 후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도 신한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중소기업들의 불만을 듣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비 올 때 가장 먼저 우산을 내놓으라고 하는 은행이 신한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중소기업 신용평가시스템이 가장 좋은 은행은 신한이었다. 금융감독당국조차 이를 인정하고 여러 형태로 소개했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평준화했지만, 당시 후발은행인 신한이 그렇게 인정받은 것은 그들의 리스크관리에 관한 강력한 의지와 꼼꼼함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가장 좋은 중소기업 신용평가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에 거래 기업의 문제를 가장 먼저 파악했고 대출을 회수할 수 있었던 셈이다.


◇ 기업 정체성의 유사성

애초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업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CI(Corporate Identity)도 그렇다. 두 회사 모두 푸른색을 쓴다. 짙은 감색 계열이다.

신한금융은 처음엔 초록색을 썼다. 옛 조흥은행 인수를 계기로 CI를 개편하면서 푸른색으로 바꿨다. CI에서 푸른색은 보통 냉정함을 상징한다. 파도를 상징하며 차가운 느낌이지만, 돈을 만지는 금융업엔 잘 어울리는 이미지다. 푸른색은 또 글로벌을 지향하는 희망을 담고 있다. 신한금융 CI에 포함된 금색 새와 새싹, 곡선은 모두 희망과 진로, 길을 여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신한금융 홈페이지)한다.

삼성그룹이 지금 사용하는 CI는 1993년 세계 경영을 표방하면서 만들어졌다. 글로벌을 상징하는 푸른색이다. 단순하지만 유연한, 그래서 변화를 선도하는 의지를 타원형에 담았다. 타원이 비스듬한 것도 동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려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삼성금융만의 CI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회사 모두 글로벌과 길을 개척하는 변화와 혁신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


◇ 단점 의식보단 마이웨이-신한금융

두 그룹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로 본다면 신한은 뒤늦게 은행업에 뛰어든 후발 주자여서 덩치가 작다는 점, 삼성금융은 금융업의 기본인 은행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단점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선 유사성을 보인다. 그들만의 DNA로.

신한은행이 이 단점을 보완한 것은 인수·합병(M&A)이었다. 그러나 대충대충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M&A 전선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가장 알차게 그리고 가장 완벽하게 일을 끝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성공적인 M&A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적자금을 받으면서 문제가 생긴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주도면밀하게 도모했다. ☞라응찬의 세력 바둑 조흥과 LG카드

조흥은행 합병의 경우에도 3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러나 알차게 조직통합을 이뤄냈다. 뒤늦게 M&A에 뛰어든 것, 물리적인 합병에 3년이라는 시간을 둔 것 모두 당시에는 너무 나이브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신한은 그들이 설정한 원칙에 맞춰 궁극적인 승리를 위해 뚜벅뚜벅,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LG카드 합병에선 기존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최대의 이익을 내게끔 하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매물에 대한 생각도 그랬다. ☞[My Way]①우투? 서로 다른 생각의 신한과 KB ☞②처지 따라 우선순위도 다르다 ☞③서부 벨트를 꿈꾸는 신한금융

비슷한 합병 프로그램을 가동한 하나금융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에 애를 먹는 것을 보면 질(質)의 차이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대화중단 두 달, 하나금융의 딜레마


◇ 단점 의식보단 마이웨이-삼성금융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수 있을까요? 금융당국이 허용할까요? 정부가 허용한다면 삼성이 안 되는 이유는 뭡니까?”

지난해 초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 작업이 무르익을 무렵 삼성금융의 한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질문이다. 교보생명이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있다면 삼성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취지다. 삼성이 우리은행을 인수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이 아니다. 만에 하나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산다면 은행과 보험을 아우르는 금융계 지각변동이 조금, 아주 조금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못 팔았나? 안 팔았나?

삼성생명은 교보생명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생명보험 빅3로 부르고는 있으나, 그 격차가 너무 크다. 보험업계에선 정상적인 상황에서 생명보험 2, 3위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삼성생명을 넘어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10여 년 전부터 이런 말은 공공연했다. 2~3위권의 비약적인 성장과 삼성생명에 돌발 악재가 있다는 전제에서도 100년은 걸리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술자리 안줏거리였다. 손보업계에서 삼성화재의 지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금융에 은행이 없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결제시스템을 보장받는 은행이 없어 불편한 건 한두 개가 아니다. 은행이 있다면 삼성금융을 더 잘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굴뚝같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이런 희망을 사실상 접은 지도 오래다. 규제산업인 금융산업에선 오너의 의지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정치권과 당국은 물론 여론도 무마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CEO&]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그릇’

그래서 지난해 초 삼성 고위 임원의 돌발적인 이 발언은 그저 수세적인 넋두리 같은 것이다. 그렇게 삼성금융의 핵심인 보험업은 그동안 혼자만의 레이스를 했다. 우리나라 보험업의 길을 매번 혼자 개척하면서 꿋꿋하게 마이웨이를 외쳤다. 은행이 없다는 큰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그만큼 노력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나라 보험업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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