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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그러나 다른 처지의 삼성과 신한

  • 2015.04.24(금) 11:08

‘신한 vs 삼성’ 금융 맹주를 꿈꾼다④

같은 DNA를 가진 삼성금융과 신한금융이지만, 다른 점도 있다.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그들의 지배구조 차이다. 두 그룹의 지배구조는 그동안 중단 없는 마이웨이를 외칠 수 있었던 조건이자 힘의 원천이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착착 진행 중이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조금 당겨진 듯한 느낌은 있지만, 대세에 큰 지장은 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걸쳐 보폭을 넓히는 것은 현실이다. 제조업 부문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 부회장이 내건 ‘글로벌 금융’이 신경 쓰이는 이유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삼성금융의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것이든 아니든 간에, 새로운 권력이 뜨는 과정에서의 힘은 절대 무시할 것이 아니다.


삼성금융의 글로벌 주창이 오롯이 이 부회장의 선창으로 시작됐다고 보긴 어렵다. 오너십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조직이지만, 시스템의 삼성이다. 길게는 이건희 회장이 세계 경영을 표방했을 때부터 큰 가닥은 잡혔다고 봐야 한다. 금융산업의 내수산업 특징으로 삼성전자보다 한참 늦었을 뿐이다. 금융의 글로벌을 위한 최소한의 경쟁력 확보 준비 기간이 그만큼 길 수밖에 없기도 했다.

삼성금융이 글로벌에서 조금씩 가시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초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에 세계 경영을 표방하고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금융산업의 글로벌 진출 몸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면서도, 오너십이 가진 막강한 힘도 느낄 수 있는 사례다. 무려 20년이란 시간을 기다리며 진득이 추진하는 힘은 월급쟁이 사장으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한금융도 엄연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힘으로 후발은행에서 전체 은행지주의 1위의 차지했다. 이젠 대 삼성의 금융부문과 자웅을 겨루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지금은 경영에서 손을 뗀 라응찬 전 회장의 공(功)이라데 별 이견이 없다. 신한도 삼성처럼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이런 조직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라응찬’이라는 이름 석 자를 빼놓곤 얘기하기가 어렵다.☞라응찬의 세력 바둑 조흥과 LG카드

옛 굿모닝증권, 조흥은행, LG카드 등 모두 자신이 가진 회사들보다 큰 회사들을 인수해 안착시켰다. 그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신한금융이다.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참여해 재일동포 주주들의 전폭적인 신뢰로 이뤄진 강력한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했다. 라 전 회장의 리더십을 오너십에 가까운 리더십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일부에선 황제 경영이라는 비난도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 닮은꼴 지배구조가 이젠 달라진다

이렇듯 삼성과 신한의 지배구조는 비슷한 면이 많았다. 3세 경영의 서막에 들어선 이재용 부회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 사실 이 부회장이 경영수업 과정에서 몇몇 벌였던 사업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e삼성 등이 그렇다. 경영 수업 과정의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모든 잘잘못이 이 부회장의 책임으로 돌아갈 게 뻔하다.

▲ 삼성그룹에서 신임임원 부부동반 만찬의 상징성은 크다. 그룹 오너가 직접 삼성의 고위 관리자로 등극한 임원들을 치하하는 자리다. 지난 1월 19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신임임원 부부동반 만찬에는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재용 부회장이 주관했다. 그룹 신년사도 했다. 사실상 삼성 새 권력의 등극이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만찬에 참석하고 있는 장면.

물론 조직은 새로 권력을 얻은 3세 오너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뛸 것이다. 안 될 것도 되게 만드는 것이 조직원의 영원한 숙명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이 긴장감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다. 권력 교체기의 힘은 그만큼 무섭다. 그래서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금융’ 주창이 무겁게 다가온다. 20년짜리 묵은지가 이젠 식탁에 올라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삼성금융의 대부분 인력은 몸으로 느끼고 있다.

신한금융의 처지도 조금 달라졌다. 거함 라응찬은 이제 없다. 초유라는 ‘신한 사태’가 없었더라도 라응찬 전 회장과 영원히 살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한동우 회장이 신한 사태를 나름대로 잘 수습했다. 여진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으나, 이제 큰 가닥은 매듭지어졌다. 조직도 한동우 체제에 맞춰 다시 뛰고 당당히 금융지주 1위를 차지했다.

삼성과 비교해 다른 것이 있다면 한동우 회장의 권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회장은 2017년 3월이면 임기를 마친다. 다시 회장에 도전할 수도 없다. 신한금융 내부의 나이 규정 때문이다. 삼성의 오너십은 마르지 않는 샘물인 데다 이제 막 떠오르는 권력이지만 신한금융의 리더십은 지는 해인 셈이다. 시간은 막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CEO&]포스트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의 고민

▲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초유의 '신한 사태' 소방수로 나서 불을 껐다. 올해는 새 행장도 인선하고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2017년 3월까지 임무를 마치면 연임을 하지 않는다. 예고된 임기다. 사진은 한 회장이 지난 1월 1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5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포부를 밝히는 장면.

지금까지 신한 사태를 잘 수습하고 다시 한 곳으로 조직을 집결시켰지만, 그 힘은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다. 위대한 신한금융을 위해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2016년 하반기에는 또 한 번 새 태양을 맞기 위한 홍역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신한금융 시스템의 저력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분명한 불안 요인이라는 점도 부인하긴 어렵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승계 초기의 실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 신한은 예고된 한동우 회장 권력 교체기를 얼마나 무리 없이 넘기느냐가 같은 DNA를 가진 삼성과 신한의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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