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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 딜레마…악순환에 빠질 수도

  • 2015.09.08(화) 10:38

확장재정보단 균형재정에 더 방점 둔 2016년 예산안
경제 안 살아나면 재정 건전성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새해 예산안은 확장재정보다는 균형재정에 가깝다.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보다 늘려 경기 대응을 강조했지만, 재정 건전성에 더 신경을 썼다. 애초 394조 원 수준으로 거론되던 예산안 규모는 8조 원 가까이 줄었다.

어정쩡한 스탠스로 경제 활성화는 물론 재정 건전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에도 생각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는 물론 재정 건전성에도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국회 처리 과정에서 예산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선심성 예산이 더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재정 건전성 악화와 4년 연속 세수결손으로 코너에 몰린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예산을 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확장재정보다는 균형재정

387조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은 애초 계획인 394조 원을 8조 원이나 밑돈다. 일부 정치권에서 요구하던 400조 원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커진다.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보다 높게 잡긴 했지만 2010년 2.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 문제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제 활성화 지원을 내세우면서도 재정 건전성 회복에 더 방점을 찍었다.

실제로 재정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하면서 세수는 줄고 있는 반면 지출 수요는 더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을 보면 국세 수입 증가율은 이전 예상치보다 낮아지고, 부처 요구 재정지출 증가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만성적인 세수결손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치도 어느 정도 현실화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3.5%에서 3.3%로 낮췄다고 소개했다.

 

 

◇ 재정 건전성은 악화일로

정부의 걱정대로 재정 건전성은 악화일로다.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을 보면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33조 4000억 원에서 내년엔 37조 원으로 오히려 더 늘어난다. GDP 대비로도 올해 마이너스 2.1%에서 내년엔 마이너스 2.3%로 적자 구조가 더 심화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규모도 올해 595조 1000억 원에서 내년엔 645조 2000억 원으로 50조 원 넘게 늘면서 처음으로 600조 원을 넘어선다. 2018년엔 731조 7000억 원으로 700조 원마저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올해 38.5%에서 내년엔 40.1%로 뛰면서 처음으로 40%를 넘어선 뒤 2018년엔 41.1%까지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관리재정수지가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국가채무 비율도 4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준칙 도입 등 강도 높은 재정 개혁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장밋빛 청사진에 가깝다.

기재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에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30%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을 5%포인트 이상 상향 조정하면서 불과 1년 만에 목표치를 뒤집었다.

◇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라

균형재정에 가까운 예산안으로 불확실한 내년 경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실제로 대내외 경제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중국 경제마저 흔들리면서 우리 경제는 수출과 소비 모두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발 경제 쇼크로 우리나라 수출은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줄고 있다.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6년 만에 가장 컸다. 올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 분기보다 줄면서 소비 회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올해 3%대 성장이 사실상 물 건너간 데 이어 내년에도 3% 성장률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면 세금 수입은 줄어들고,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부담은 더 커지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재정 건전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모두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금융위기 이후(’07~’15년) 국가채무 증가 국제비교


◇ 국회에서 대폭 증액 가능성

그러다 보니 국회 처리 과정에서 내년 예산 규모가 대폭 증액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다 보니 이런 전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예산안 당정협의 과정에서 기재부와 새누리당은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면서 과감한 예산 편성을 주문했다. 반면 기재부는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확장적 예산 편성 견해를 고수했다.

일부에선 최 부총리가 새누리당의 이런 스탠스를 고려해 보수적인 예산을 짰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처리 과정에서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예산안에서 새누리당이 증액을 요구한 SOC 예산은 오히려 6%나 줄었다.

최 부총리는 “이번 예산으로 재정 건전성이 일시적으로 나빠지지만 경제 성장과 세입 확충의 선순환 구조에 들어서면 중장기적으로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서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민생 관련 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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