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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덫에 걸린 금융권

  • 2015.09.16(수) 09:30

선거 앞두고 정치권 압박 거세져
금융당국은 오락가락, 금융사는 아마추어리즘

수수료 수익을 키우려 머리를 싸맸던 금융사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사들은 저금리와 저성장 고착화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수수료 수익에 눈을 돌렸는데, 대내외 여건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수수료 인하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고, 정부는 애매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회사 스스로 경쟁을 하느라 제 살 깎아 먹기를 하는 형국이다.

 

 

◇ "수수료 내려라" 몰아치는 정치권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물리는 수수료와 금리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다. 총선을 앞둔 국감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더욱 크다. 다수의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이 아무래도 표심 잡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린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금융권 수수료 문제가 화두로 올랐다. 지난 14~15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선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과 문자 알림 서비스 수수료, 해외 원화결제서비스 수수료, 은행 중도상환수수료 등이 '부당하게' 부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무위원들은 우선 카드사들이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 비용 등이 줄었는데도 가맹점 수수료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로 대출을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늘었는데 은행이 이에 대한 수수료를 너무 많이 받고 있고, 또 대출 종류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데에 문제를 제기했다.

문자 알림 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정보유출을 일으킨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3사가 무료로 서비스하다가 올해부터 유료로 전환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해외 원화결제서비스에 대해서는 원화결제 시 더 높은 수수료가 부과되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당국·금융사 일단 맞장구

여야가 한목소리로 압박하자 정부도 일단 맞장구를 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해 "원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미흡한 사항은 추가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수료 인하에 나설 채비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과 하나, 농협은행 등이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여신협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사들이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수수료 이익 확대로 살길을 찾고 있었다는 데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이익 비중이 이자이익에 90% 가까이 쏠려 있어 이익 구조를 수수료 이익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외국 은행들도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수료 수익 제고와 해외진출 확대 등의 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사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가격 결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18일에도 이른바 '그림자규제 근절' 방안을 내놓으면서 "금리, 수수료 등에 대한 당국의 개입 금지를 명문화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 '부당한 수수료' 자처한 금융사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도 알 수 있듯 대내외적 여건은 금융사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금융사가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지 않아 논란을 초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은행 중도상환수수료의 경우 대출상품 종류와 기간 등에 상관없이 1.5%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 잘못으로 지적됐다. 카드사 역시 대형가맹점보다 일반가맹점에 더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면서 여론의 반발을 불렀다.

금융사가 당장 경쟁을 하느라 수수료를 내리는 면도 있다. 예를 들어 은행들은 소비자가 손쉽게 주거래은행을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수수료를 무료로 해주는 등의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계좌이동제가 기회인 줄 알았는데 무작정 가격 경쟁만 하는 것을 보니 오히려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수수료 등 가격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상황에 따라 애매한 견해를 내놓으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금융사 가격 책정 자율화를 말하면서도 '자율화가 곧 수수료 인상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당국은 은행 중도상환수수료 조정에 대해 "획일적인 수수료의 합리화이지, 인하 압박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상 정부의 최소한의 개입이 허용된다"며 예외적인 경우라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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