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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엇박자 속 은행 수수료 인상 가능할까

  • 2015.08.13(목) 16:00

은행 자율성 확대 발표하면서 당정은 카드론 수수료 인하 추진
은행은 멍석 깔아줬더니 경쟁과열로 "당장 현실화 어려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가격결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등 '자칭' 획기적인 방안을 내놨다. 실제 금융당국의 개입을 어렵게 만들고, 기존에 근거없이 시행됐던 관행을 모두 무효라고 밝힌 점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발표된 날(13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협의에서 카드론 수수료 인상 방안을 추진키로 하는 등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게다가 은행들은 막상 멍석을 깔아줬더니 금융소비자의 저항과 은행간 경쟁 과열로 인해 당장 금리나 수수료를 내리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8차 금융개혁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은행의 자율성.책임성 제고방안을 심의, 발표했다.



◇ 정책은 엇박자..실효성 의문

금융당국은 기존에 가격과 관련해 구두지도 등 근거 없이 시행됐던 관행들도 모두 무효화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가격 관련 규제가 없어지는 셈이다. 지난해 있었던 ▲연체 가산금리 상한 인하 ▲외담대 취급시 매출채권보험 가입기업에게 금리우대(0.1~0.3%) 권고 ▲지난 2011년 ATM인출·송금수수료 인하 등도 모두 무효가 되면서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날 당정협의 내용은 은행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금융당국의 정책방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카드론 수수료의 대폭 인하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논란을 예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치권이나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지도를 했던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는 하더라도 투명한 방식과 절차를 거쳐서 제한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당국의 발표대로라면 카드론 수수료를 내리기 위해선 법령으로 정하거나, 공식적인 행정지도 절차 즉 30일 간의 의견청취기간을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 보고하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간도 오래 걸리고 절차도 복잡해지긴 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카드론 수수료처럼 정치권의 요구에 못 이겨 이런 절차를 밟아 개입할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어제(12일) "일시적으로 유동성 애로를 겪는 정상기업에 대해서도 경쟁적으로 여신을 회수하는 '비올 때 우산뺏기 식' 영업을 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막연한 불안감만 갖고 무분별하게 여신을 회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원칙적인 발언이라 해도 은행권에선 벌써부터 관치금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자율성 제고방안을 마련하고 다른 편에선 은행 여신운용의 자율성을 해치는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에선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 은행은 여전히 여론 눈치보기, 소비자 저항 우려 

은행들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봄, 금리·수수료에 개입 않겠다는 발언에 이어 개선방안까지 내놓으면서 멍석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금리나 수수료를 올리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여전히 은행 서비스나 상품에 대해선 '공짜' 혹은 '무조건 싸야 한다'는 금융소비자의 인식이 강해 자칫 저항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가격 인상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계좌이동제 시행,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 등으로 금융회사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수료나 금리를 깎아주진 못할 망정 더 받는 것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은행 한 임원은 "이런 제도로 도입 초기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특정 은행이 홀로 가격을 올리는 결정을 하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임원도 "개인고객 뿐 아니라 기업고객도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거래은행을 쉽게 바꾸고 있어 당장 조정을 하긴 어렵다"면서도 "시간을 두고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도입하면서 가격을 현실화 해 나갈 순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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