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이나 카드결제 등 자동이체 항목을 인터넷 등으로 손쉽게 이동하도록 한 '계좌이동제'가 30일부터 본격화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1년간 자동이체한 금액은 800조 원가량으로, 계좌이동제를 통한 대규모 '머니 무브(Money Move)'가 가능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선 계좌 이동의 혜택과 손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은행들은 여러 혜택을 제시하며 타행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 '은행권 경쟁' 계좌이동제 스타트
계좌이동제는 정부가 정체된 은행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도입했다. 그동안 자동이체 항목을 옮기려면 일일이 해당 업체에 전화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주거래은행을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도 고객 이탈 가능성이 작아 실질적인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계좌이동제 1단계 서비스를 시행해왔다. 페이인포(www.payinfo.or.kr) 홈페이지에서 자동이체 은행을 조회하고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30일 오전 9시부터 시행하는 2단계 서비스는 더 나아가 자동이체 항목을 다른 은행 계좌로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이제부터 소비자들의 이동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일단 통신사와 카드사, 보험사 요금을 옮길 수 있고, 내년 2월부터는 전기·상하수도·가스요금도 변경할 수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계좌이동제가 본격화하기에 앞서 한자리에 모여 홍보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16개 은행 대표들은 2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융결제원에서 '계좌이동서비스 3대 기본원칙'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내일부터 본격 시행하는 계좌이동서비스는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와 함께 국민 일상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 "변경 신청 뒤 다시 확인하세요"
앞으로 소비자들은 손쉽게 이체 항목을 옮겨가며 주거래은행을 선택할 수 있다. 은행별로 주거래 고객에게 수수료 인하나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주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된다.
페이인포 홈페이지에서 자동이체 항목을 변경하는 것은 오후 5시까지, 조회는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면 된다. 변경을 신청하면 통상 3~5영업일 이후 적용된다. 이 때문에 변경 신청 이후 5영업일 뒤에 페이인포 사이트에서 결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칫 계좌가 바뀌지 않아 연체되거나 이중 출금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변경신청과 동시에 반영결과를 통보해주는 문자메시지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재는 모바일이 아닌 PC 인터넷의 익스플로러에서만 가능하다. 수시입출금 통장의 자동이체 변경만 가능하고, 급여와 연금 등 입금 이체는 변경할 수 없다. 만약 실수로 자동납부를 해지했다면, 당일 오후 5시까지 취소할 수 있다. 이후에는 해당 업체에 연락해 자동납부 계좌를 다시 등록해야 미납 연체 수수료 등을 물지 않는다.
◇ 대출 있으면 우대 조건 등 따져봐야
은행들이 혜택을 준다고 해서 무작정 주거래계좌를 옮겼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만약 기존 은행에 대출이 있는 경우, 거래 은행을 바꾸면 기존 대출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대출을 받을 때 급여 이체나 신용카드 실적, 예·적금 가입 등으로 금리를 우대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조건을 바꾸면 우대 금리 혜택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거래 고객이었는데도 우대를 받지 못했던 소비자의 경우라면, 기존 은행 계좌로 자동이체 항목을 모아 혜택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이와 함께 은행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나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소형 은행들이 내놓을 '파격적인 혜택' 등을 따져보고 중장기적으로 계좌 이동을 계획하는 것도 좋다.
▲ 자료=각 은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