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Inside story]기업구조조정, 정말 회계법인 실사가 좌우하나요?

  • 2015.11.09(월) 11:34

STX조선 실사결과와 처리방향
정부의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 척도될 듯

이번엔 STX조선해양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나가니 또다시 STX조선이 (돈을 달라고) 다가옵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9월 말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STX조선 실사에 착수했는데요. 이달 중순쯤 실사 결과가 나오면 처리방향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STX조선은 지난 2013년 4월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4조5000억 원의 신규자금이 투입됐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습니다. 앞길이 막막합니다.

 


STX조선을 비롯해서 성동조선, SPP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가 모두 험난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성동조선 얘기를 한번 해보죠. 지난 2010년 4월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약에 들어갔는데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처음 실사를 맡았던 곳은 삼정KPMG입니다. 그런데 이 회계법인이 눈치(?) 없이 너무나 솔직한 보고서를 내놓은 겁니다. 회생이 어렵다는 실사보고서를 말이죠.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당혹스러웠겠죠. 이미 성동조선을 살리기로 마음먹고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회생할 수 있다고 해야 돈을 줄텐데, 회생이 어렵다는데 돈을 줄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결국 또 다른 A회계법인이 실사를 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무사히(?) 자율협약을 맺고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실사 결과란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도 아니고 조금 더 긍정적인 전망을 토대로 한 숫자를 넣다 보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당시 A회계법인은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STX조선의 실사를 맡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얘기도 하더군요. "이 회계법인이 두 번 사고 쳤다는 거 아닙니까. 성동조선과 STX조선이요"

 

사고요? 그러고 보니 사고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결과적으로 그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한 곳에 2조여 원, 또 한 곳에 4조5000억 원이 들어갔으니까요. 두 곳 모두 막대한 돈이 투입됐는데도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대표적인 '밑 빠진 조선사'가 됐으니 말이죠. 
 


이제 와서 회계법인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4조2000억 원 지원 결정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실사 결과에 따라서 처리방향과 지원금액이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실사결과가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이나 의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올 순 없다는 겁니다. 간혹 과거 성동조선의 사례처럼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돼서 정부를 깜놀하게(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경우 실사기관을 바꾸면 문제없습니다. 위험한 이야기이지만 애초부터 결론은 정해진 것일지도 모르죠.

역시나 다 지나서 하는 얘기겠지만, STX조선은 2013년 자율협약이 아니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게 나을 뻔했다고들 합니다. 물론 채권금융기관이 선수금환급보증(RG)에 따라 선수금을 물어줘야겠지만, 그 시점에서 손실을 확정해버리는 게 낫다는 것이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STX조선은 무리한 확장전략, 일명 선수금 돌려막기로 버텨왔습니다.

 

이것이 중소형 조선사들 간에 저가수주를 부추기고 결국 부실을 키운 측면도 있었고요. 당시 저가수주와 선수금 돌려막기를 못하게 막고, 그나마 군함 제작 등 우량한 자산을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대우조선 등에 넘겼다면 오히려 좋았을 뻔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 정부는 구조조정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때였습니다. 의지도 없었고요.

 

지금은 말이나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조만간 나올 STX조선에 대한 실사결과와 처리방향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정부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도 읽을 수 있을 테고요.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