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을 54개사로 대폭 늘렸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65개 대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최대 규모다.
금융당국은 내년엔 수시로 신용위험평가를 해 한계기업 솎아내기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취약업종에 대해선 구조조정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부 내 협의체를 통해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해운업에 대해선 1조 4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 대기업 추가 신용평가 결과 19개 기업 추가
금융감독원은 30일 '2015년도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 및 대응방안'을 내놨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은 지난 6월 대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해 35개 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렸고, 이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평가를 한 차례 더 실시했다.
평가 결과 19개사가 블랙리스트에 추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C등급은 워크아웃을 추진하고, D등급의 경우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다.
▲ 금융감독원 |
이로써 올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대기업은 총 54개사로 늘었다. 전년보다 20개사가 늘어난 수치다. 업종별로는 건설사가 14개로 가장 많았고, 철강(11개), 전자(8개), 조선(4개) 순이다. 정부는 앞서 중소기업 신용평가에서도 금융위기 후 최대 규모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관련 기사 : 판 커지는 구조조정, 퇴출 중기 금융위기 후 최다
금감원은 이번 수시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진 않았지만 경영 상황이 안 좋은 기업 23개사를 추가로 선정해 증자나 자본유치, 계열사 지원, 자산 매각 등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했다. 지난 정기 평가에서도 17개사에 대해 이런 조처를 했다.
◇기촉법 일몰 위기, 금감원 "은행 이기적 행태 없어야"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날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했다. 그는 "은행들의 기업부문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낮은 수준"이라며 "기업 여신에 대해 선제로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선정한 19개 기업의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모두 12조 5000억 원 정도로, 금융사들은 추가로 1조 5000억 원가량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진 원장은 특히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국회에 발목 잡혀 일몰 될 위기에 처한 것과 관련, "자율적 구조조정 관행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애로가 우려된다"며 "기관 이기적 행태로 기업 구조조정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가 강조했다. 관련 기사 : 기촉법 일몰 D-4, 촉박한 대기업 구조조정
정부는 이날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도 발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내년에도 정기 평가와 수시 평가 등을 지속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취약업종 산업구조조정 관련 사안이 있을 경우엔 정부 내 협의체를 가동해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한다.
해운업에 대해선 민관 합동으로 1조 4000억 원 규모의 선박 펀드를 조성해 지원한다. 다만 지원 대상을 부채비율 400% 이하 기업으로 제한했다. 부채비율이 700%대로 알려진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의 경우 자구 노력을 선행해야 지원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