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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기업구조조정 칼은 뺐지만…

  • 2015.12.30(수) 14:01

부실 대기업 추가정리…1.4조 선박펀드 등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구조조정 강도 예상보다 약하다 평가…선제 옥석가리기 가능할까

정부가 전방위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선다.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19개사가 추가로 구조조정 대상으로 정해지면서 올해만 대기업 54개사, 중소기업 175개사 등 모두 229개사가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 주도로 산업별로 구조조정도 병행한다.

반면 구조조정 강도가 여전히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부실에 빠진 기업들 위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선제적인 옥석 가리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의 의식해 정치적인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전방위 구조조정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신용공여액 500억 원이 넘는 대기업에 대한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원 등 상장사 3곳을 비롯해 모두 19개사가 추가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7월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 선정된 35개사까지 합하면 54개사로 늘어난다.

채권은행들도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와 별도로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에 대한 재무 상황 등을 점검해 지금은 정상이지만 위기 상황 시 취약요인이 있는 11개사에 대해 맞춤형 대응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조선과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경기 민감형 산업을 위주로 산업별 구조조정에 나선다. 이들 업종은 국내외 공급 과잉 등 구조적 취약성에 빠진 만큼 채권은행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으론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해운업종은 12억 달러, 약 1조 4000억 원 규모로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선박 펀드를 만들어 경영난에 처한 해운사들이 새 선박을 발주할 때 돈을 대주고, 해운사는 이 선박을 임대해 쓸 수 있도록 해준다는 구상이다.  

 

조선업종은 구조적 과당경쟁 방지장치를 마련한다. 또 석유화학은 합섬원료인 TPA(테레프탈산) 위주로, 철강업종은 망간합금철 위주로 생산 설비를 감축한다. 건설업종은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는 등 입찰제도의 변별력을 높여 우수업체는 성장하고 부실업체는 퇴출당하는 환경을 만든다.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시중은행 부행장을 소집해 기업 구조조정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 구조조정 강도 예상보단 약해

다만 구조조정 강도가 예상보다는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대기업은 54개사로 지난해보다 20개사가 늘긴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9개사, 2010년 65개사와 비교하면 많은 숫자가 아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주요 대기업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초 구조조정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현대상선이 대표적이다.

현대상선은 당장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에 따라 B등급을 받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3조 원에 가까운 차입금을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많다.

그러다 보니 결국 이런저런 사정을 모두 고려해 만만한 기업만 구조조정 대상에 올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애초부터 의지 부족 지적도

애초부터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약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조조정 기구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내년 초부터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범정부 협의체’를 운영한다. 문제는 금융위원장 주재로 각 부처 차관급이 참석한다는 점이다.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적 파장이 크고,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부총리가 아닌 금융위원장의 말발이 제대로 먹힐 리 없다. 선제적인 옥석 가리기가 애초부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얘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파장이 크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기업은 아예 제외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총선을 상당한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총선 전에 넘어질 수 있는 기업만 일단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기촉법 실효 변수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일몰 시한을 연장하는 법안이 여야 쟁점법안에 막히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으면 되지만, 자율협약은 100% 동의를 얻어야 해 추진이 쉽지 않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이번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기업은 이달 31일까지 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도록 했다. 그래야 기존 법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년 이후론 구조조정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번에 C등급을 받은 기업 일부는 이미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거나 곧 신청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촉법이 실효되면 자율협약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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