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달라지는 내용을 주요 사례별로 모아봤다. 상승가능금리(스트레스 금리) 적용으로 인한 한도 축소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새로 도입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액비율(DSR)의 적정 비율은 80% 수준으로 보는데, 대상자가 전체 대출의 5%도 채 안된다. 해당이 된다면 은행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지만, 시행 초기 느슨한 비율을 적용해 대부분의 대출자에겐 해당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14일 오전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금융위 기자실에서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가계부채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고정금리로 받거나, 한도 2300만 원 줄이거나
연소득 3000만 원인 A씨는 3억 원짜리 주택 구입을 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2억 1000만 원을 은행에 신청했다. 원리금균등분할로 만기 10년(120개월), 금리 2.5%를 적용하면 총부채상환비율(DTI)은 79.2%가 나온다. 이 가이드라인 적용 전이라면 현행 규제비율 80% 밑이어서 A씨는 원하는 2억 1000만 원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는 수도권지역에선 상승가능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산정하기 때문에 대출한도가 달라지게 된다. 실제 적용금리 2.5%에 상승가능금리 2.7%를 더한 '5.2%'의 금리를 기준으로 DTI를 다시 산출한다. 이 경우 상승가능 DTI비율은 89.9%로 80%를 초과하기 때문에 80% 이하에 맞춰 한도를 줄여 대출을 받아야 한다.
대출금액 2300만 원을 조정한 1억 87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반드시 2억 1000만 원의 대출이 필요하다면 상승가능금리를 적용하지 않는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연소득 1억 원중 8000만 원을 빚 갚는데 쓴다면 '블랙리스트'
기존의 DTI보다 강화한 총부채원리금상환액비율(DSR) 지표도 새로 도입되면서 소득에 비해 빚 갚는데 돈을 많이 쓰는 대출자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된다. 기존 DTI는 주담대 원리금 상환액에 기타부채 이자상환액만을 고려하지만 DSR은 기타부채의 원리금상환액을 모두 포함한다. 적정 DSR을 80%로 볼 경우 연소득 1억 원인 사람이 8000만 원 이상을 빚(원리금) 갚는 데 쓴다면 은행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가령 만기 5년의 신용대출 5000만 원(금리 0.5%)을 쓰고 있는 B씨가 추가로 만기 20년(비거치식·분할상환)의 주택담보대출 2억 1000만 원(금리 3%)을 받는다고 하자. 신용대출에 따른 A씨의 원리금을 고려한 DSR은 무려 88.3%로 은행에서 판단하는 적정 DSR(80%)을 넘는다. 사후관리 대상에 포함되면서 향후 은행 판단에 따라 대출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전체 대출의 3~4% 수준 정도가 DSR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거치·분할상환하면 이자절감 효과
3억 원짜리 주택 구입 때 2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하자. 금리 3%를 적용해 비거치식·분할상환대출을 선택하면 만기 일시상환보다 10년간 총 2800만 원의 이자 및 이자비용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억 5000만 원의 대출을 3%의 금리로 받는 경우에도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이 만기 일시상환보다 10년간 총 3500만 원의 이자와 이자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비거치 분할상환도 1년 이내 거치 가능
신혼인 C씨 부부는 은행에서 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한다. 이사 초기 비용이 부담돼 은행에 거치기간을 설정할 수 있는 지 문의했다. 은행은 C씨 부부에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해도 1년 이내의 거치기간 설정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잔금대출(집단대출)은 비거치·분할상환 적용 예외
D씨는 아파트를 분양 받아 계약금을 지불한 후 은행에서 중도금대출(집단대출)을 받아 중도금 납부까지 완료했다. 내년 입주 때 일시상환 방식으로 잔금대출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은 비거치식 분할상환으로만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은행에 문의했다.
은행은 잔금대출의 경우 가이드라인 적용 예외로 기존과 같은 방식, 즉 일시상환 방식으로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