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금융권 CEO들은 올해 금융 환경을 위기 상황으로 진단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어서다.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로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통한 공격과 함께 적극적인 위험 관리를 통한 견고한 수비를 강조했다. 고객 가치와 성과주의도 화두로 제시했다.
◇ 올해는 금융산업은 위기 상황
금융 CEO들의 올해 신년사를 보면 여기저기서 위기감이 배어난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도 대내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실물경기의 위축으로 금융산업은 자산 성장의 한계와 이익 창출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한 때 추운 겨울’이 아니라 ‘빙하기’의 시작이라는 비유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저성장과 기업 구조조정, 수익성 악화와 같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경영의 위협 요소들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산업 역시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다 업종 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사회 전반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고, 경쟁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계좌이동제의 본격 도입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 금융업의 입지를 흔드는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경계했다.
◇ 핀테크 등 새로운 수익원 강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으론 핀테크와 해외진출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강조했다. 윤종규 회장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CIB)은 물론 소호(SOHO)와 중소기업(SME), 다이렉트 채널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동우 회장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게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환 회장은 “상품 경쟁력 강화와 경쟁 체질 확보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특히 자산 포트폴리오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시장 진출과 핀테크 등 미래 성장기반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구 행장은 “핀테크를 바탕으로 ICT는 물론 다양한 이종산업 분야로 진출해 창의적 신사업을 선도해야 한다”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한계를 만회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 KEB 하나은행은 4일 새해 첫 영업일을 맞아 을지로 본점 로비에서 출근하는 직원과 새해 맞이 아침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
◇ 구조조정 본격화…수비도 중요
올해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격 못지않게 수비도 강조했다. 윤종규 회장은 “수비 능력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면서 “선제적으로 위험 관리 역량을 키우고, 자산의 질을 개선해 부실의 쓰나미에 대비하는 방파제를 높이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우 회장도 “앞으로 환경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면서 “저성장과 외부충격에 대비해 리스크관리를 더욱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저성장이 장기화됨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전반적인 체력이 약해지고 생존하는 데 한계에 이른 기업들도 있다”면서 “올해는 건전성으로 승부가 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광구 행장도 “뒷문 잘 잠그기를 생활화해 건전성 부문에서 획기적인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올해 화두는 고객과 성과주의
올해 가장 중요한 화두론 고객을 제시했다. 김정태 회장은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를 모토로 제시하면서 “새로운 혁신도 ‘고객의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회장도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성은 현장과 고객”이라면서 “목표는 현장에서 OK하고 고객께서 만족하실 때까지”라고 설명했다. 김용환 회장 역시 “그간 공급자 위주의 금융산업 패러다임이 소비자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주의도 강조했다. 이광구 행장은 “그 자리에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기억되지 않는 직원은 이제 우리 조직에 필요 없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종규 회장도 “성과와 역량에 따라 대우 받는 풍토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신년사에서 “올해 첫 번째 과제는 금융산업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면서 “인사와 보수, 교육, 평가 전반에서 보신주의와 연공 서열에서 탈피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하고, 조직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