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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중금리대출 경쟁 '급히먹다 체할라'

  • 2016.03.02(수) 14:14

[Update]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이어 카드·보험사도 가세
시장 선점 경쟁 '분주'…신용평가시스템은 '아직'

중금리 대출 시장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에 이어 보험사와 카드사까지 달려들며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모양새다. 조만간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과 P2P(Peer to Peer) 대출 등 핀테크 업체가 이 시장을 노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여기에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도 총선을 앞두고 불을 지피고 있어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 달라진 분위기 '중금리 대출 시장 선점하자'

중금리 대출이란 신용등급 5~8등급을 대상으로 연 10% 안팎의 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을 지칭한다. 기존 금융권에선 찾아보기 힘든 금리다.

은행은 10% 미만 금리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선 10% 후반에서 20%가량의 금리를 제공했다. 5~8등급 고객의 경우 예상 연체율 등의 관련 정보가 부족해 금융사들이 취급하길 꺼려왔다. 정부와 국회가 오래전부터 이 금리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금융사들을 압박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박종복(왼쪽) 한국SC은행장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SC은행-삼성카드 업무제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카드)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금융권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데다가 핀테크 업체들마저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금융권의 태도가 달라졌다. 꺼리기만 했던 이 시장을 공략해야 할 영역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과 핀테크 업체(전북은행-피플펀드), 은행과 카드사(SC은행-삼성카드), 은행과 저축은행(우리은행-저축은행중앙회) 등 각종 합종연횡을 통해 살길을 찾느라 분주하다.

덩치가 큰 은행의 경우 수익 다각화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모양새다. 반면 저축은행과 카드사의 경우 다급한 모습이다. 10~20% 중금리 대출을 노리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의 출현이 이들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어서다. 

◇ 정치권-금융사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정부와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중금리 대출시장 경쟁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조 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 계획을 내놨다.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해 금융사들의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서울보증보험과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중앙회는 2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6개 시중은행과 5개 저축은행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올 상반기 안에 세부 상품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정부 주도의 상품 운용이 아닌 민가 부문이 상업적 원리에 기반해 시장을 견인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10%대 우체국 신용대출 서비스를 총선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우석훈 총선정책공약부단장은 "더민주가 추구하는 더불어 성장을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내놓은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 중 보증보험 연계 중금리 대출 상품 설명. (자료=금융위원회)


정치권과 금융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속할 전망이다. 소비자로서도 더 낮은 금리로, 다양한 금융사에서 대출 상품을 찾아볼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무리해서라도 일단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며 "정부의 압박으로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는 시늉만 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 그러나 여전히 '미지의 영역'

다만 중금리 대출 시장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은 문제다. 각 업권이 담당하던 금리대에선 수십 년의 노하우를 축적해 연체율을 관리하고 있지만, 중금리 대출은 대부분 금융사가 처음 도전하는 영역이다.

은행은 물론 카드사, 저축은행은 대부분 중금리 대출에 맞는 신용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소금융사의 경우 부실률이 급증하면 금융사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최근 경쟁이 격화하다 보니 무서류, 신속 대출 등 고객 끌어들이기에만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며 "오랜 기간 대출 경험 등 노하우를 쌓아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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