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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리 대출로 또 줄 세울까…속내 복잡한 은행들

  • 2016.01.27(수) 16:33

금융사 부담 덜 수 있고, 취지도 공감..당국 실적 압박 우려
데이터 없는데 손실 부담은 여전..경기악화 때 부실 부메랑

정부가 내놓은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을 접한 은행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상품에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연계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부담을 덜고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취지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100% 보증이 아니고 연체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금융회사도 손실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조심스럽다. 게다가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지만 은행의 중금리 대출 확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도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4월 총선용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여전히 조심스러운 은행

서울보증보험의 연계로 은행은 일정 부분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리스크 관리 유인을 제고하기 위해 연체율이 일정 수준 이상 넘어가면 금융회사도 손실을 부담하도록 했다.

그동안 은행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연체율이나 부실율이 얼마나 될지 예상을 할 수 없고, 과거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 보증을 감안하더라도 은행이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는지 검증하기 어렵단 얘기다.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는 게 담당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은행들도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아가면 리스크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기도 안좋은데 자칫 부실 부메랑

가뜩이나 경기상황이 좋지 못한데, 중금리 대출을 확대했다가 부실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여전하다. 이는 보증을 해주는 서울보증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보증은 그동안 중금리상품에 대한 보증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우리은행 위비대출이 유일했다. 그동안 기업은행 등 다른 은행의 러브콜을 거절해왔다. 근본적으로 중금리 상품의 신용평가 모델이나 데이터 검증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금리대출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위비대출 역시도 신용평가등급 4~7등급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고신용자 비중이 더 크다. 5등급 이하의 실제 대출금액은 100만~200만 원 수준으로 소액에 그친다. 서울보증의 전액보증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중금리대출 시장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는 중금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증 대상을 전 은행과 저축은행으로 확대하고, 대출한도도 은행 2000만원, 저축은행 1000만 원으로 기존 상품보다 큰 폭으로 늘렸다. 자칫 부실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A 은행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 툴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시장을 키우면, 경제상황이 지금보다 안좋아질 경우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또 운영의 문제?

은행들의 걱정은 또 있다. 보증을 해 준다는 명목으로 은행권에 중금리대출 확대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B 은행 관계자는 "어느정도 보증이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은행별로는 속도조절을 할 수도 있는데 과거에 그랬듯 당국에서 은행별로 수치를 비교하면서 피드백(대출 확대 등의 정책효과)을 받으려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금융위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과 저축은행 각 5000억 원 등 총 1조 원 공급을 목표로 밝혔다. 당국이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증보험 연계 중금리 대출은 정책금융상품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따른 상업적 상품"이라며 "금융회사가 선택 가능한 경쟁적 대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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