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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대부 캐릭터의 반전 "하지만…"

  • 2016.04.28(목) 09:47

▲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중 미스터빅 스틸이미지. 
 
미스터 빅(Mr Big). 최근 흥행에 성공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 등장하는 귀여운 캐릭터죠. 영화 대부를 패러디한 미스터빅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아주 작은 쥐입니다. 어마무시한 보스를 예상한 관객들에게 '반전'의 재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금융권에도 이런 '반전'을 꿈꾸는 이들이 있습니다. 영화 대부(代父)와는 이름만 같고 뜻은 전혀 다른, 대부(貸付)를 업으로 삼는 이들입니다. 뜻은 다르지만 둘 다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에선 일맥상통하는 면도 있네요.


김연아와 이승기, 유재석, 송해 등 대표적인 국민 스타를 모델로 쓰며 신뢰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금융권에서 대부업체들은 그야말로 이질적인 '캐릭터'입니다. 어둡고 무서운 이미지의 캐릭터죠.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이자를 받는데, 고객은 어려운 서민들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 귀여운 캐릭터로 광고해보지만…

대부업체들은 십 년 전 이런 무거운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이미지가 좋은 배우들을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스타들이 고금리의 대출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비난 여론이 높아졌고, 결국 요즘 텔레비전 광고 등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 대부업체들이 광고에 활용하는 캐릭터. 각 업체 홈페이지.

대부업체의 캐릭터들은 광고에서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뽐내지만, 대부업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한때 일각에선 일본계 대부업체인 산와머니 광고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콩과 팥처럼 생겼다며 '돈을 갚지 않으면 고객의 콩팥이라도 떼어 간다'는 뜻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했죠. 어려운 사람들에게 높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업을 갖고 있기에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대부업자에 어느 정도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부업 등록을 하고 최고금리인 27.9%를 지키는 '등록 대부업체'가 따로 있지만, 수백 퍼센트의 이자를 받고 악독하게 받아내는 불법 대부업자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관련기사 ☞ [포스트]무서운 그 이름, 대부

◇ 7월부터 금융당국이 엄격 관리

여기선 법을 지켜가며 일하는 '등록 대부업체'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들은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부업법이 바뀌어 그에 대해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등록 대부업체는 오는 7월 25일부터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습니다. 그동안 관리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있었는데, 이제 자산규모 120억원이 넘는 대부업체 등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직접 관리하는 겁니다. 더 엄격한 규제가 예상됩니다.


대부업체들은 이에 따라 회계 기준을 통일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호감시인 선임, 손해 보상을 위한 보증금 예탁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관리가 시작한 이후엔 '대부업체'의 명칭을 '소비자금융업체'나 '생활금융업체' 등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이에 앞서 최근엔 금감원과 함께 무등록(불법) 대부업체를 조회할 수 있도록 대출중개사이트를 개선하는 등 '반전'을 꾀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입니다. 소비자들은 대출중개 홈페이지에서 조회되지 않는 업체를 피할 수 있습니다.

◇ 대출 조장 책임도…제도권 속 쇄신 가능할까

등록 대부업체들이 법을 지켜가며 영업하고 있긴 하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자처한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를 다르게 주는 금융사들과 달리 무작정 최고 금리를 책정해온 업체들이 있습니다. 등록 대부업체이긴 하지만 교묘하게 법을 어겨가며 추심을 한 업체들도 없진 않을 겁니다. 대출이 업이긴 하지만, 지나친 광고로 대출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부업체들을 '사회악'으로 취급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어려운 서민 중에선 은행과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나마 이런 분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이 대부업체입니다. 대부업체가 나쁘냐 안 나쁘냐를 따지는 것보단, 대부업체가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따져보는 게 더 유익한 논의일 듯합니다.


꼼수를 부리는 금융사에 '저승사자'같은 존재인 금융당국이 이제 대부업체를 직접 관리합니다. 대부업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반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미지를 '세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권 내에서 진정성 있는 변화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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