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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대부업 TV광고 금지 '딜레마'

  • 2016.08.16(화) 09:38

TV 광고 규제하니 중개업자만 '활개' 부작용

'대부업 TV 광고 규제하니 중개인 급증 우려'(6월 30일, 2015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대부업 TV 광고 전면 금지 추진'(7월 25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 발의)


최근 대부업 TV 광고와 관련해 두 가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나는 광고를 규제하니 대부중개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현행 광고 규제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입니다.

대부업 TV 광고를 규제하니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데 더 규제하겠다니, 무슨 일일까요?


대부업 TV 광고 논란은 오래전부터 반복됐습니다. 수년 전 일부 연예인들이 대부업 TV 광고에 출연했다가 논란이 됐고, 이후 대부업체들은 캐릭터를 만들어 광고하게 됐습니다. 지난해엔 배우 고소영이 대부업을 하는 일본 금융사 광고 모델 계약을 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죠.

지난해 8월 25일부터는 대부업 TV 광고가 심야시간대만 허용하는 법률이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대부업 TV 광고 시간대를 제한했는데도 광고 수가 줄지 않자 아예 금지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대부업은 아무래도 돈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은 서민들이 고금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곳이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특히 대부업체들이 너무 친숙하고 익숙한 이미지를 갖게 되면 무턱대고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지리라는 우려도 크죠. 돈 없는 서민들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니 대부업은 아무래도 좋은 이미지를 갖긴 어려워 보입니다.

◇ 대부업, 양성화냐 음성화냐


다만 대부업에 대해 한 번 고민해볼 만한 점은 있습니다. 대부업 양성화냐 음성화냐 즉 눈에 보이게 할 것이냐, 안 보이게 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최근 법 개정으로 대형 대부업체들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를 받게 되는데, 이는 양성화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불법 행위를 못 하게 강하게 규제하는 것입니다. 양성화는 '활성화'와는 다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대부업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음지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TV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어떤 움직임일까요? 어쩌면 음성화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이게 하되 규제를 하는 게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광고하게 하되 시간대를 제한하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업체의 영업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TV 광고 등을 통해 직접 영업을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대부중개업자를 통해 대출자를 모으는 겁니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이중 직접 영업을 확대하는 것을 권장했습니다. 대부중개업자를 통할 경우 불법 행위 등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대부중개업자는 주로 다단계 방식으로 활동합니다. 개인 중개업자가 인터넷 광고나 전화 영업 등을 통해 대출자를 모집하면, 이를 법인 중개업자에게 넘기고, 이후 법인 중개업자는 계약한 대형 대부업체에 대출자들을 넘기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대형 대부업체는 법인 중개업자에게 수수료를 줍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개인 대부 중개업자들은 대출자에게 받은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모아서 팔거나, 돈을 더 빌리게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반면 대형 대부업체가 직접 영업을 해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선 이런 불법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덜합니다. 특히 지난달부터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기 시작하니 더 법을 지키려 할 것입니다.

◇ TV 광고 제한하니 중개업자 활개

금융당국과 대부협회 등에 따르면 TV 광고를 제한하면서 이런 대부 중개업자를 통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고, 관련 민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금융위도 "전체적인 대부 규모의 증가와 TV 광고시간 제한에 따른 대부업체의 중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불법행위 증가 가능성이 있으므로 집중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2015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자료=금융위원회

TV 광고를 완전히 금지하면 어떨까요? 분명 대출받으라는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부업 대출이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카드사들에서 돈을 못 빌리는 저신용자들은 언제나 있고, 이들 모두를 정책적으로 지원하지 못한다면 대부업 이용을 막기 어렵습니다.

양지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보다 음지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질 겁니다. 온갖 허위 과장 광고로 도배된 인터넷이나 전단, 혹은 지인을 통해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겁니다. TV 광고를 금지하자는 이들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TV 광고를 제한해도 중개 영업을 통해 충분히 영업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TV 광고를 금지해 어린이나 취약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막으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은 직접 대부업체를 이용하게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식일 겁니다. 그러나 현실에선 한쪽을 막으니 다른 한쪽이 불어나는, 풍선효과가 있다는 게 수치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 중개업자 불법 행위 차단 어렵다면…

그렇다면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TV 광고를 금지하면서도, 대부중개업자의 불법 행위를 원천 차단할 방법을 찾는 겁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불법 행위를 줄일 수야 있겠지만, '음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단순히 단속을 강화해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여태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방법은 TV 광고를 하게 하되, 규제를 일부 보완·강화하는 겁니다. 이미 시간대 제한은 했으니, 광고 문구 제한을 더 두게 하거나 심의를 강화하는 식입니다. 양성화의 한 방편으로 말이죠.

당장 대부업 TV 광고가 거슬린다고 해서 없애버리면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대부업이란 게 너무 친숙해지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애버릴 수도 없는 겁니다.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에게는 필요악의 존재입니다.

정책적으로 이들이 대부업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전부 끌어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용하게 하되 되도록 '양지'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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