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재무상태 변화만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사업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선·해운·철강 등 주요 산업의 경우 기업 자체의 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은 한계에 봉착했고, 기업 통폐합과 생산능력 조정 등 산업적인 시각에서 최적 대안을 설정해야 한다는 제안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특히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여전히 재무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산업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주목받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산업구조의 변화와 효율적 기업구조조정 체제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구정한·김석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오승욱 파트너 등은 하나같이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석기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업성을 면밀히 분석해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가능성이 보이는 새로운 사업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기업 구조조정의 성과 차이를 분석했을 때 금융위기 이전에 기업 구조조정을 시작한 기업들은 약 50% 정도가 성공한 반면 이후에는 30%대로 떨어진 근본적인 이유도 이 때문으로 분석했다.
▲ 자료:금융연구원 |
실제로 재무 측면보다는 사업 측면을 주로 반영하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구조조정 성패와 유의한 관계를 보였다. 반면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 등의 재무 환경 변수는 구조조정 성패와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재무 환경이 열악한 기업들 위주로 주로 재무 측면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구조조정 이전의 재무환경 변수들과 구조조정의 성패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김석기 연구위원은 또 "벤치마크 모형에 글로벌 금융위기 변수를 추가한 결과 같은 조건의 기업이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한 기업들의 성공 확률이 줄었는데, 이는 간접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도 설명했다.
앞으로 경기가 큰 폭으로 반등하더라도 기업 구조조정의 성공 확률이 현저히 높아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 연구위원의 분석 결과는 오승욱 BCG 파트너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 및 기업 구조조정 방향'에서 제시한 내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승욱 파트너는 "성수기의 실종"이라며 "시장이 반전되면 성과가 개선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산업적 시각에서의 최적 대안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지향점을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지배구조상의 변화는 물론 주주와 채권자 간 커뮤니케이션 방안, 공정거래법 상의 이슈 등 제약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그리고 이 과정을 수행하기 위한 개별 기업과 채권단, 정부의 역할 등이다.
특히 그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애 요소 극복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가령 철강산업의 경우 생산설비 최적화 과정에서 누가 어떤 생산 능력을 어떻게 축소하느냐에 대한 시각이 개별 사업자간 다르고, 합의를 통해 방향성을 정하더라도 공정거래 이슈 등 제도적·법적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철강산업에 대한 보호무역, 반덤핑, 비관세 정책 등에 있어 다른 산업과의 이해상충, 정부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 시각 또한 장애 요소로 꼽았다.
어려움에 빠진 조선·해운 산업의 경우 산업 구조 차원의 접근이 미흡하면 개별 기업의 노력이 반드시 턴어라운드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조직의 피로도만 가중시킨다고도 꼬집었다.
조선 3사의 보유 생산 인력도 필요 수준보다 과다해 인적자산의 최적 운영 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오 파트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분석하면 조선 3사의 5년 후 필요한 생산시수는 35% 감소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어려움에 빠진 조선·해운 산업의 경우 산업 구조 차원의 접근이 미흡하면 개별 기업의 노력이 반드시 턴어라운드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조직의 피로도만 가중시킨다고도 꼬집었다.
조선 3사의 보유 생산 인력도 필요 수준보다 과다해 인적자산의 최적 운영 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오 파트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분석하면 조선 3사의 5년 후 필요한 생산시수는 35% 감소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 자료: BC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