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선 구조조정이 사실상 끝났다.
정부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전부터 화두는 대우조선해양이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2강'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은 기존 '3강'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존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수준에서 봉합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살리지도, 죽이지도 못하면서 연명 치료만 이어가기로 했다.
조선업종 전반의 공급과잉에 대한 진단도 나왔지만 해법은 여전히 불충분했다. 결국 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레임덕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민감한 구조조정 이슈는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떠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 장밋빛 전망 일관하더니, 이번엔 진단따로 해법따로
정부는 조선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늘 장밋빛 전망으로 일관했다. 이를 토대로 STX조선에 4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가 결국은 법정관리로 다 떼이게 됐고, 대우조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우조선 4조2000억원 지원방안을 발표할 때도 장밋빛 수주 전망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전망은 완전히 어긋났고 올해 국내 조선3사는 수주절벽에 시달렸다. 대우조선의 부족자금 규모는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엔 아예 전망따로 해법따로 식이다. 진단 결과는 내놨지만 그에 걸맞는 해법은 내놓지 않았다.
전망은 비관 일색이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31일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세계 조선시장은 2018년부터 극심한 침체에서 조금씩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2020년에도 발주량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경쟁력 강화 방안에 언급된 맥킨지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한국 주력선종의 2016~2020년 발주량은 과거 5년의 34% 수준에 그치고, 2018~2020년 조선3사의 조선해양 부문 매출도 최근 5년 평균의 50% 이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맥킨지는 이 분석을 토대로 '대우조선은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
실제로 중국, 일본 등은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 능력을 본격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조선사 수를 2010년 3000여개에서 올해 1월 300여개로 줄였고, 일본은 민간 자율 인수합병(M&A)을 통해 설비 감축과 함께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의 선택은 기존 '빅3' 체제의 연명이었다. 조선사 수를 인위적으로 줄인다거나 뚜렷한 M&A 계획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6월에 발표한 설비와 인력감축 등의 자구안과 컨틴전시 플랜을 조기에 끝내자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발등의 불인 대우조선에 대한 확실한 해법을 배제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우조선의 회생이 어렵다는 맥킨지 보고서에 대한 견해를 묻자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은 "특정회사보다는 경쟁력 우위 부분을 강화하는 식으로 큰 틀에서 인식을 공유하고 논의했다"고만 언급했다.
대우조선의 회생이 어렵다는 맥킨지 보고서에 대한 견해를 묻자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은 "특정회사보다는 경쟁력 우위 부분을 강화하는 식으로 큰 틀에서 인식을 공유하고 논의했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 문제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예 떠넘기는 행태도 보였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대우조선 출자전환은 다음 주 중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조2000억원 이상을 추가적으로 지원할 계획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지원금액 4조2000억원 가운데 산업은행 2조4000억원, 수출입은행 1조1000억원 등 현재까지 3조5000억원을 집행했다.
대우조선 지원금액 4조2000억원 가운데 산업은행 2조4000억원, 수출입은행 1조1000억원 등 현재까지 3조5000억원을 집행했다.
애초 계획은 산업은행 무담보대출 지원금액 2조원만 출자전환이었지만 올해 들어 대우조선의 유동성과 재무상황이 더 악화하면서 출자전환 금액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수은 측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출자전환 규모 등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는 방안조차 논의를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은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출자전환 규모 등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는 방안조차 논의를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은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레임덕 가시화...기업 구조조정 사실상 포기
이번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끝으로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도 사실상 끝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레임덕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콘트롤타워도,리더십도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유일호 경제부총리 역시 조선 구조조정에 대한 마지막 숙제를 다음 정권으로 미루고 끝낸 셈이다.
진단만 해놓고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않은 채 끝나면서 더 큰 폭탄을 안고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황이 2018년 바닥을 찍은 후 더디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금의 연명치료만으로는 회복기에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우리 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더 나아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