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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금융, 허니문은 끝났다]①꽃길 지나 흙길로

  • 2017.01.23(월) 13:43

'골든피플' 사태로 투자자 경계심 높아져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규제 예정대로 시행

연체율 0%, 수익률 10%. P2P대출 업체들은 이 마법의 숫자를 내세워 '꽃길'을 걸어왔다. 2년 내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미래 금융의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방관하던 정부가 규제의 칼을 꺼내 들었고, 무조건 믿고 따르던 투자자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업체들도 생존을 위한 변화를 시작했다. 올해 P2P 금융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해에 번 돈 모두 날렸습니다. 올해는 조심스럽게 방어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본인의 돈입니다. 공부하시고 의심을 하시길 바랍니다."

P2P(Peer to Peer) 투자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펀사모'에는 요즘 투자 위험을 우려하는 글들이 부쩍 많이 올라온다. 골든피플이라는 P2P대출 업체가 있지도 않은 대출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으는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 업체 경영진들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커뮤니티 관리자 등은 투자자들과 '투자자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는 골든피플같은 노골적인 '사기 업체'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그간 투자 원금과 약속한 수익금을 성실하게 돌려줬던 선두 업체에서도 일부 투자 상품의 연체 소식을 들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이후 화기애애하기만 했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펀사모 커뮤니티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올해 P2P대출 업체들이 맞닥뜨려야 할 시장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일부 사기 업자들이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금융당국은 이에 따른 '대형 사고'를 방지하겠다며 규제를 예고했다. 또 P2P대출 업체들은 점점 격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동시에 정부의 규제에 몸을 맞춰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신년 총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P2P금융협회)

◇ "올해 누적 대출 1조원"…정부 가이드라인 '걸림돌'


P2P대출 시장은 그동안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2015년 일부 업체들이 처음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100억원 안팎에 그쳤던 대출액은 이제 누적으로 5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에는 누적 대출액 1조원 달성이 목표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은 지난 11일 신년 총회에서 "모든 회원사는 앞으로 정보기술력을 고도화해 우리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진 제도연구위원장은 "올해 시장 규모는 1조원으로 예상한다"며 "업권 성장을 위해 규제 재정비, 투자금 별도 예치, 연체율 관리, 기관 제휴,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는 시장 조성 초기였던 지난 2년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정부가 규제를 시작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내놨던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원안대로 다음 달 시행할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 한 명이 업체당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일정 유예 기간을 거쳐 이 방안이 시행되면 그동안 일부 고액 투자자를 중심으로 커왔던 시장의 성장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

▲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대출취급액 누적 추이. (자료=한국P2P금융협회 홈페이지)

P2P대출 업체들은 가이드라인에 몸을 맞추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해왔던 4개 업체는 최근 공동담보대출 상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총 4억원을 업체당 1억원씩 나눠 모집하는 형태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업체당 투자 금액을 제한한 데 따른 대응책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최소투자금액을 더욱 낮춰 '박리다매'식 영업 전략을 구사하거나, 오후에 진행하던 투자시간대를 직장인에 맞춰 오전으로 앞당기는 등 여러 변화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 커지는 투자자 경계심…심사 역량 차별화 고심

대내적으로는 지금까지 무난하게 이어져 온 시장의 신뢰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시장 조성 초기에 일부 P2P 대출 업체가 내세웠던 '연체율 0%의 신화'를 곧이곧대로 믿는 투자자는 이제 찾기 어려워졌다. 일부 상품의 상환이 늦어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골든피플같은 사기 업체마저 나타나면서 투자자의 경계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자들이 부실 업체와 우량 업체를 구분할 만큼의 '데이터'가 쌓여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야 업체당 연체율의 차이가 발생할 텐데, 아직은 심사 역량을 따질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부 P2P대출 업체는 기존의 금융사와 제휴를 맺는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당장 투자자에게 보여줄 차별화 포인트가 없으니, 기성 금융사에 대한 '신뢰'에 기대는 우회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 P2P대출 업체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진입하는 등 시장이 커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부 부실 업체에 대한 '정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려면 경기가 안 좋아져 부실한 대출 상품이 속속 드러나야 할 텐데, 이 경우 P2P 시장 전체에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어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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