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생명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승승장구했던 동양생명도 막판에 악재에 부닥쳤다. 동양생명은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다른 생보사들은 꺼리는 저축성 보험을 공격적으로 팔며 재미를 봤다. 이를 통해 연간 순이익이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연말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에 연루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결국 전년보다 80%가량 역성장한 우울한 성적표를 냈다.
◇ 생보, 영업·투자 실적 모두 '암울'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16년 보험회사 경영실적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의 당기 순익은 전년보다 2.3% 감소했다. 손해보험사들이 27.7%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전적으로 생명보험사의 실적 악화가 초래한 결과다. 생보사의 당기 순익은 25% 감소했다.
생보사들은 보험사가 실적을 내는 두 가지 부문에서 모두 암울한 성적을 내놨다. 영업이익 측면에선 고객들에게 내준 지급보험금의 증가율이 7.5%로, 고객들이 낸 수입보험료 증가율(2.2%)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 20조 9244억원에서 지난해 22조 799억원으로 더 확대됐다.
투자이익 부문에서도 전년보다 0.1% 증가하는 데 그치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해 손보사의 투자이익이 전년보다 6.3% 증가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 자살보험금 지급으로 순익 수백억↓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도 실적 악화의 흐름을 비껴가지 못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 12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순익 1조 192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성생명 순익 증가의 대부분은 지난해 삼성카드 지분과 삼성증권 지분을 매입하면서 발생한 회계상의 이익이다. 삼성생명 측은 일회성 이익을 빼면 전년보다 오히려 낮은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당기 순익은 9361억원 수준으로, 2015년 순익에서 일회성 이익을 뺀 9859억원보다 못한 결과가 나온다.
한화생명 역시 마찬가지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7일 공시 기준으로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 순익 9126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순익 3826억원보다 72.2%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 역시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 연결 편입에 따른 일회성 이익으로 나타난 결과다. 한화생명 측은 지난해 순익 증가분 대부분이 일회성 이익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순익이 더 줄어들게 됐다. 한화생명은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9126억원에서 8451억원으로 정정했다. 자살보험금 지급으로 순익이 670억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삼성생명 역시 자살보험금 지급분을 지난해 실적에 반영할 계획이다. 관련 기사 ☞ 자살보험금 버티던 삼성·한화, CEO 리스크에 '백기'
◇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악재'에 역성장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 2015년 순익 5700억원가량에서 지난해에는 5000억원을 넘기지 못하는 순익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자살보험금 지급분을 반영하면 순익은 더 깎이게 된다.
지난해 저축성 보험으로 몸집을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동양생명 역시 연말에 예기치 못한 악재에 부닥쳤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2000억원대 순이익 달성을 눈앞에 뒀는데, 육류담보대출이 사기 사건으로 밝혀진 탓이다.
동양생명이 밝힌 육류담보대출 잔액은 3803억원으로, 이중 2837억원이 연체됐다. 결국 2662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하면서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34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년보다 78.2%나 급감한 수치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3분기까지 2200억원가량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6% 감소한 910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지난 2015년에 법인세를 환급받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순익이 전년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