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변화에 따른 타격이 적은 외국계 보험사와 미래에셋생명 등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대다수 보험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하느라 손발이 묶인 모습이다. 최근 들어 국내 생보업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 ING생명 상장 '무난한' 출발
ING생명은 지난 11일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을 마쳤다. 생명보험사 중 다섯 번 째 상장이다. ING생명 측은 그동안 탄탄한 자본 건전성 등을 앞세우며 흥행을 자신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날 시초가는 3만 1200원으로 공모가(3만3000원)보다 낮은 금액을 기록했다. 종가는 3만1600원이다.
ING생명이 상장 흥행을 기대했던 것은 자본 건전성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ING생명과 라이나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은 그동안 자산 운용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온 덕분에 새 회계기준을 도입해도 영향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건전성이 좋아진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에서 자유롭고 영업 측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는 논리다.
성황을 이루진 못했지만 시장에서는 무난한 출발로 보고 있다. 특히 ING생명의 경우 다른 생명보험사와는 다르게 자본비율 방어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앞서 상장한 생보사들이 자본 건전성 우려 등으로 인해 여전히 공모가 아래에서 죽을 쑤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 몸집 불리는 미래에셋·안방보험
몸집을 불리는 보험사들도 있다. PCA생명을 인수하며 자산 규모를 업계 5위로 끌어올린 미래에셋생명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생명은 국내 보험사 중 자본 규제 변화에 가장 영향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 수수료 기반 사업 비중이 높은데 이런 상품은 요구자본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PCA생명 역시 매각 당시 지급여력(RBC)비율이 높은 데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담도 작은 매물로 평가됐다. 시장이 침체한 생보업계에서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다.
▲ 안방보험 홈페이지 화면. |
중국 안방보험이 차례로 사들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자본 규제 변화를 오히려 호재로 삼는 모습이다. 대부분 생명보험사가 자본 건전성 관리를 위해 꺼리고 있는 저축성 보험을 공격적으로 팔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두 보험사가 저축성 보험을 집중적으로 팔 수 있었던 것은 안방보험의 자금력 덕분이다. 동양생명이 저축성 보험을 공격적으로 팔자 시장에서는 자본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는데 안방보험은 올해 초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이를 불식시켰다.
◇ 줄줄이 자본확충…중소형사 어쩌나
경쟁사들이 치고 나가는 사이 자본 건전성 관리가 급한 보험사들은 주춤하는 모습이다. 당장 자본확충 등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주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장보험사들이 올해 들어 줄줄이 배당금 규모를 줄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나마 대형보험사들은 상황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 국내 생명보험사 빅3 중 한화생명은 이달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고, 교보생명의 경우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했다. 반면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본인정 비율이 낮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시장에서는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중소 보험사들의 경우 급격하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무디스는 기자간담회에서 "자본 규모나 판매 경로가 작은 중소보험사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