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 곳곳에 비상등이 켜졌다. 연초 주춤하는가했던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또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은행 가계대출을 조이는 사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늘어났고, 은행 마이너스통장, 정책금융 주택담보대출 상품 등 다른 대출까지도 급증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다음주 미국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대출금리까지 오름세여서 이자폭탄도 현실화할 조짐이다. 곳곳이 지뢰밭인데 폭탄까지 떠안고 있는 아슬아슬한 지경이다.
금융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에서 어제(9일) 이같은 가계대출 수치를 발표한 직후 금융감독원은 은행 여신담당 임원을 소집한데 이어 오늘(10일)은 금융협회장을 잇따라 소집하는 등 관리태세를 강화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가계대출 곳곳에 지뢰밭‥풍선효과로 취약차주 증가 우려
지난 1월 증가세(1000억원)가 꺾이는 듯 했던 은행 가계대출은 2월 2조9000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는 가계부채가 급증했던 최근 2년간의 2월 평균 증가액인 3조4000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물론이고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의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마이너스대출까지도 증가했다. 2금융권에선 상호금융과 보험권에서 총 2조2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올해들어 2월까지 증가규모를 보면 은행권에서 3조원 늘어난데 비해 비은행권에서 무려 5조원 증가하며 풍선효과를 여실히 드러냈다.
문제는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이 상대적으로 한계·취약차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은행의 마이너스대출 상품이나 보금자리론 등의 정책금융 상품은 서민계층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고,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여전사 역시 한계·취약차주의 비중이 높은 곳들이다. 금리 인상 등의 외부 충격에 직격탄을 맞거나 부실화 우려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 자료:금감원 |
◇ 진웅섭 금감원장 "모든 감독역량 동원"
금감원도 가계부채 관리를 더욱 강화할 태세다. 이날 진웅섭 금감원장은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 농협중앙회 신용대표 등 7곳의 금융협회장을 불러 가계부채 관련 조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진 원장의 발언 강도도 더욱 세졌다. 진 원장은 "가계대출 영업확대보다는 리스크관리 강화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모든 감독역량을 집중해 비상대응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금감원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통계를 주별로 집계하고, 개별 금융회사 가계대출 동향을 밀착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회사에 대해선 현장점검과 경영진 면담도 실시한다. 가계대출을 많이 늘리는 곳에 대해선 확실하게 칼을 뽑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 美금리인상 앞두고 대출금리 상승세..이자 폭탄도 현실화
당국이 이처럼 전방위로 압박에 나선데는 가계부채 규모가 1344조원으로 커질대로 커진데다 이자폭탄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다음주 미국의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면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는 이미 상승흐름을 탔다. 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5년 금융채를 기준금리로 활용하는데 최근 이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도 함께 올랐다.
신한은행의 5년 혼합(고정) 주택담보대출은 이날 기준으로 3.45~4.56%의 금리를 적용한다. 지난 2월말의 3.32~4.43%보다 최저금리는 0.13%포인트, 최고금리는 무려 0.2%포인트나 뛰었다. 국민은행 역시 이번주 적용금리는 3.49~4.79%로 지난 2월말의 3.45~4.75%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KEB하나은행은 이날 기준 3.507~4.827%로 2월말의 3.443~4.763%보다 올랐다. 우리은행도 2월말 3.35~4.35%에서 10일 기준 3.5~4.5%로 0.15%포인트나 뛰었다.
변동금리대출의 경우 코픽스 금리를 기준금리로 활용하는데, 매달 15일 기준으로 바뀌기 때문에 아직은 시중금리 상승을 반영하진 못했다. 다만 이 역시 오름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두차례 더 올리는 상황이라면 우리나라의 시장금리도 따라서 올라갈 수밖에 없고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은 더욱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