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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케이뱅크, '혼뱅족' 잡을 수 있을까

  • 2017.04.03(월) 15:51

3일 서비스 개시…'예금이자 높고 대출금리는 낮아'
시중은행과 차별화가 관건…'은산분리 완화' 등 과제

#일요일 오후 소파에 기대 텔레비전을 보던 김인뱅 씨. 문득 지난주에 처리하지 못한 은행 업무가 생각났다. 군대간 아들에게 이번달 용돈을 보내주지 못했던 것. 김 씨는 텔레비전 옆에 놓여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해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큰아들에게 30만원 송금해줘"라고 말한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인증 절차를 진행한다. 김 씨가 화면에 써진 '상식이 이긴다'라는 문구를 읽으니 화자인증(목소리로 본인 인증)이 완료됐고, 곧장 아들에게 송금이 됐다.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제시한 미래 '혼뱅족(
혼자 뱅킹하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ICT 기업인 KT 주도로 만든 케이뱅크가 3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발은 화려하지 않았다. 은행보다 높은 예금 금리와 낮은 대출 금리를 제시했고, 24시간 365일 어디서나 계좌를 만들 수 있고 대출을 받는 서비스를 내놨다. 당장 대단한 혁신보다는 '상식적인 선'에서 이용하기 편하고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해 소비자를 끌겠다는 전략이다. 케이뱅크는 이를 '상식이 이긴다'는 캠페인 문구로 표현하기도 했다.

▲ 케이뱅크 심성훈 은행장이 3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케이뱅크 오픈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케이 뱅크)

◇ 금리 혜택에 편리함까지…24시간 어디서나


케이뱅크가 이날 선보인 상품들은 경제적인 금리 수준과 이용하기 편리한 서비스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케이뱅크는 기존 은행보다 예금 금리는 높이고 대출 금리는 낮췄다. '코드 K 정기예금'의 경우 제휴사 코드를 입력하면 최대 연 2%의 금리를 준다. 연 1.5% 안팎의 시중은행 금리보다 0.5%가량 높다. 또 '뮤직 K 정기예금'은 연 1.68%의 금리를 현금 대신 음악감상 이용권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대출 상품 중 '직장인K 신용대출'은 최저 금리가 연 2.73%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3% 중반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력적이다. '미니K 마이너스통장'은 연 5.5% 확정 금리로 5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 심사를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보험이나 국민연금 정보 자동수집, 지문인증 등으로 진행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대출금은 케이뱅크 제휴사인 GS25 편의점에서 받으면 된다.

케이뱅크는 또 시중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중금리 대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최저 연 4.19% 낮은 금리로 기존에 제2금융권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전망이다. 케이뱅크에서 중금리 대출을 받아도 저축은행과 달리 신용등급이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빅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방식의 대출 심사도 케이뱅크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케이뱅크의 대부분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다.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계좌개설, 예·적금 및 대출 상품 가입 등의 서비스를 메신저나 이메일로 상담을 받아가며 이용할 수 있다. 올 하반기부터 GS25 편의점에 스마트 ATM을 도입해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 "은행 100년 묵은 틀 바꾸겠다"…난제도 많아

케이뱅크는 특히 '100년 묵은 (은행 관행의) 틀을 바꾸겠다'며 기존 은행들을 경쟁 상대로 직접 겨냥했다. 안효조 케이뱅크 사업총괄본부장은 "기존 은행에서 통하던 상식들과 은행의 모습들을 벗어던지는 게 저희의 사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혼뱅' 시대를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혼뱅이란 은행 직원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혼자 편하게 은행 업무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일단 법적인 규제를 푸는 것이 가장 큰 난제다. KT 같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앞으로 증자 등을 통한 영업 확대에 한계가 있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21개 주주사가 (모두) 증자를 해야 하는데, 주주사 상황이 각기 달라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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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뱅크 웹 홈페이지.

기존 은행과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케이뱅크가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를 위해 제시한 금리 혜택은 소비자에게는 좋지만 케이뱅크에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수료를 통한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고객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소파에 앉아 음성 인식으로 송금하는 서비스나 빅데이터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실효성 있게 내놓을 수 있을지, 또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먹힐지 등도 미지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하려는 서비스는 사실 기존 은행이 이미 하고 있거나 금방 따라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기존 은행들이 기민하게 대응한다면 인터넷은행의 영업 확대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뱅크는 앞으로 사업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고객 유입 흐름을 봐가면서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외환 송금 등의 추가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심 행장은 "인터넷은행은 기존 시중 은행이 다루지 않은 새로운 부분을 찾아야 한다"며 "(조만간 출범하는) 카카오 뱅크와 저희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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