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무의결권 전환주'가 또 등장했다. 이번에 발행되는 주식 총수의 5분의 1이 '무의결권 전환주'다. '무의결권 전환주'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다. 보통주 전환 전까지는 의결권이 없고 지분율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우선주와 달리 배당도 보장되지 않는다.
이번 증자에서 '무의결권 전환주'를 배정받은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막은 은산분리 탓에 앞으로 보통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주주 입장에서 자본을 늘려주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무의결권 전환주'에 투자하는 셈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추진중인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2400만주, 무의결권 전환주 600만주다. 발행가는 보통주와 무의결권 전환주가 5000원으로 동일하다. 발행 방식은 기존 주주 19곳을 상대로 진행되는 제3자 배정 증자다.
보통주는 우리은행과 한화생명보험, GS리테일, KG이니시스가 각 240만주를 배정받는다. 회사별로 120억원씩 투자하는 셈이다. KT는 192만주를 배정받았다. NH투자증권,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디지비캐피탈, 한국관광공사, 모바일리더, 알리페이 등은 각 96만주를 받는다. 이 밖에 주주 6개사가 15만~66만주 가량을 배정받았다.
주요주주는 '무의결권 전환주'에도 투자한다. KT 246만주, NH투자증권 204만주, 우리은행 150만주다.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KT는 은산분리 탓에 무의결권 전환주를 보통주로도 전환하지도 못한다.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작년말 현재 KT는 이미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무의결권 전환주'를 보통주로도 전환할 방법은 없는 상황에서 또 '무의결권 전환주'를 떠안은 것이다.
금융사인 NH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은 은산분리에 따른 지분소유 제한이 없지만 지분이 일정 수준 넘어가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두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1335만2600주와 '무의결권 전환주' 664만7400주를 발행했다. 작년말 기준 KT는 656만930주, NH투자증권은 101만9800만주, 우리은행 73만7362주의 '무의결권 전환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필요없는 '무의결권 전환주'를 이번에 또 배정받은 이유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요주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케이벵크는 올해초까지만해도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려했지만 주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주요주주 3곳의 '무의결권 전환주' 배정을 늘리는 방식으로 증자를 추진했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에 비하면 '발행 조건'도 나쁘다.
올 3월 카카오뱅크는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무의결권 전환우선주식' 6000만주를 발행했다. 케이뱅크의 '무의결권 전환주'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배당이다. 카카오뱅크의 '무의결권 전환우선주식'도 의결권은 없지만 연 1%의 우선배당률이 보장되는 우선주다.
카카오뱅크는 5000억원 규모 증자에 성공해 자본금을 1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반면 케이뱅크는 이번 증자에 성공해도 자본규모는 5000억원 수준에 머문다. 이번 케이뱅크 유상증자 납입일은 오는 12일이다. 주주들이 모두 주식대금을 납입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