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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KB금융 이사회에 뜬 '노(No)맨'

  • 2017.04.05(수) 14:39

대부분 만장일치인데 KB만 '반대' 의견 존재
'노맨' 이병남 사외이사는 LG그룹 인사 전문가
국제적 정합성·주주가치 보호등 논리로 소신 펼쳐

한국 기업들의 이사회는 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은행권(금융지주)도 예외가 아닌데요. CEO가 얼마나 경영을 잘 하는지 어느 안건이든 이사회에 올라오는 족족 100% 찬성율을 자랑합니다.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반대의견이 아예 없는 건 아닐겁니다. 다만 반대의견이 나오면 토론 등을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이 사실상 관례처럼 돼 있습니다.

또 본인들을 사외이사로 뽑아 준 회장님 혹은 행장님의 눈치를 안볼 수도 없겠죠. 실제 은행 사외이사를 지냈던 금융권 한 인사도 "아무래도 경영진들은 반대가 나오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하더군요. 만장일치로 가야 모양새도 좋다는 겁니다.

그런데요, 최근 공시된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난해 KB금융 이사회 의결 내용인데, 수많은 '찬성'들 중에서 띄엄띄엄 보이는 '반대''반대 '반대'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간혹 '기권'도 보입니다. 제 눈을 의심하고 여러 차례 확인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안건이 부결된 것은 아니지만 만장일치 가결은 아니라는 겁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의 경우는 역시나 반대 의견이 '제로' 더군요.

 



반대 의견의 대부분이 이병남 사외이사(LG경영개발원 인화원 사장)라는 점도 이채롭습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시도했는데요. 이병남 이사는 당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문재인 캠프 경제분과 부위원장)이 추천했던 사외이사라는 점입니다. LG에서 오랫동안 인사를 했던 인사전문가이기도 하고요.

 

그가 반대했던 안건들을 볼까요. 지난해 4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등에 성과급 일부 지급을 결정한 이사회였습니다.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주전산기 교체를 계기로 촉발한 'KB사태'의 장본인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기도 했고요. 이병남 이사는 KB브랜드 밸류와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성과급 지급을 반대했습니다. 최종적으론 이병남 이사만 반대의견을 냈지만 내부적으로 격론이 벌어졌던 사안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7월엔 현직 CEO에게 연임 프리미엄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유일하게 반대의사를 냈는데요. 결국 대다수 사외이사의 의견에 따라 프리미엄을 주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병남 이사는 국제적 정합성을 볼 때 연임 프리이엄을 주는 게 맞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이어 10월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반영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임기와 관련해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 시행 이전에 적용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선 사외이사 임기를 5년으로 제한했지만 법률에선 6년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 등 KB사태의 아픔을 갖고 있는 KB는 애초 취지를 살려 그대로 5년을 유지하기로 한 겁니다. 신한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6년으로 늘린 것과는 대조됩니다.

이 안건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차례 보류되기도 했고요. 같은 달 열린 이사회에서 이병남 이사와 김유니스경희 이사가 반대를 했고, 최영휘 이사회 의장은 기권을 했습니다. 그만큼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음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 이사는 법 통과와 함께 폐기된 기존 모범규준을 따르고 있다는 이유에서 반대했고, 김유니스경희 이사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전문성, 연속성 제고 측면에서 반대의견을 냈더군요.

대강 이사회의 분위기가 어떤지 느껴지시죠? KB금융 한 사외이사는 "굳이 만장일치로 할 이유가 없다"며 "명확히 반대가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활발하고 민주적인 토론 절차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KB금융 한 고위관계자도 "소수의견을 내곤 하신다"며 "우리 사외이사분들이 건강하시다"고 평가하더군요. 이것만으로 이사회를 평가할 순 없겠지만, 이런 작은 변화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또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스스로 확보하기 위한 단초가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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