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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신평사 대신 저축은행 택한 핀테크 전문가

  • 2017.05.19(금) 10:20

김상우 SBI저축은행 핀테크TFT 이사
"당장 근무조건 보다 20년후를 내다보고 이직"
"최적금리가 경쟁력…금융권 통틀어 앞서갈것"

"형, 나 이거 해보고 싶어."

김상우 SBI저축은행 핀테크TFT 이사(아래 사진)의 인생을 바꾼 건 2년전 친한 후배의 이직 소식이었다. 안정된 직장을 나와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하겠다는 그를 말렸다. 하지만 점점 그를 매료시킨 핀테크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결국 본인이 빠져들더니 별까지 달았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SBI저축은행 본점에서 만난 김 이사는 "은행, 증권 등 금융권 전체를 통틀어 핀테크로 앞서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기업을 나온 지 2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오른 그는 올해로 38세다. 차별화된 개인신용평가모형(CSS)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도입해 중금리 대출 성장을 뒷받침했다. 업계 구분 없이 '기술을 가진 회사가 판을 흔들 것'이라는 게 그의 직업관이다.  

◇ 대기업 박차고 나와 별 달았다

김 이사의 전 직장인 나이스평가정보는 업무(CSS 개발)와 보수 모두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삶에 익숙해지자 권태가 찾아왔다. 김 이사는 "업계 자체가 독과점적인 신용평가사에선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고, 성장할 기회가 적었다"고 털어놓았다.

때마침 화두로 떠오른 핀테크가 그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친한 후배가 관련 업계로 이직하자 김 이사 또한 고민 끝에 핀테크 스타트업인 데일리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SBI홀딩스와 제휴를 맺으면서 자회사인 SBI저축은행과 연이 닿아 이곳으로 넘어왔다.

38세에 별을 단 그는 SBI저축은행 임원들 중 '막내'다. 부장들보다도 한참 어리다. 내부에선 수재로 통할 정도로 인정받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다. 10시간을 훌쩍 넘겨 일하는 건 기본이다. 보수에 대해서도 그는 "난 만족을 모른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어 "조건에 일희일비했다면 이직하지 않았을 것이며, 20년을 내다보며 일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생각한 건 김 이사만이 아니다. 국민연금 등 남 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던 직원들은 혁신에 대한 열망 하나로 핀테크TFT에 모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는 모회사 SBI홀딩스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직원들의 사기가 높다는 전언이다. 

◇ CSS
빅데이터 차별화로 중금리 선방

핀테크TFT는 CSS 개발과 빅데이터 분석을 맡는다. 현재 인공지능의 일종인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CSS를 개선하고 있다. 김 이사는 "기존 CSS의 대출 심사 항목은 20~30개였으나 머신러닝을 도입하면서 200개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대출 심사가 한층 정교해진 셈이다.

그러면서 대출 승인 결과도 달라졌다. 김 이사는 "기존 CSS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고객이 재심사를 거치면 승인을 받는다"면서 "기존 모델에서 승인을 받은 고객 또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 상환 능력이 낮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통신, 쇼핑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고객 분석도 검토 중이다. 예컨대 대학 시절부터 휴대폰 요금을 한 번도 체납하지 않은 고객에겐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식이다. 고가 제품을 꾸준히 구입한 고객은 가처분소득이 높다고 분류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보를 활용하면 금융정보가 없는 사회초년생 등에게도 좋은 대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본인 인증과 문서 보안 등 내부 업무 체계에도 핀테크를 도입했다. 업무를 효율화해 간접 비용을 줄이면 금리를 낮출 여력이 생겨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SBI저축은행은 최근 국내 중금리 대출상품 중 가장 저금리인 'SBI중금리바빌론'을 내놨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나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 김상우 SBI저축은행 핀테크TFT 이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SBI저축은행)

◇ "기술이 판 바꿀 것…코딩 공부해라"

1금융권이 아닌 저축은행이 금리 경쟁의 주도권을 쥐긴 쉽지 않다. 가뜩이나 시중은행은 모바일 대출을 내놓으면서 저축은행의 고객인 중신용자를 빼앗아가는 판이다. 영업과 마케팅에서 우세한 시중은행을 상대할 수 있을지 묻자 김 이사는 "변화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선 아직 업계에 따른 장벽이 굳건하지만 유럽에선 기술을 활용해 혜택을 주는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구분 없이 고객에게 최적의 금리를 제시하는 금융회사가 승자가 된다는 얘기다.

한편 혁신의 속도에선 인터넷전문은행과 P2P업체 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 이사는 "누가 실제로 시행착오를 겪고, 기술을 내재화했느냐가 결과를 판가름할 것"이라면서 "SBI저축은행은 블록체인을 내부적으로 도입하면서 이미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올해 말 정도면 준비 중인 신기술을 대부분 적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앞으로는 금융인도 데이터를 만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입사원은 데이터 처리 기술을 익혀야 하며, 고참직원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 그는 금융인들에게 "강남에서 유행하는 코딩 학원에 다니면서 파이썬(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을 배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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