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①3년 전의 윤종규 vs 지금의 윤종규

  • 2017.09.07(목) 17:27

[KB회장 레이스 관전포인트]①
3년전엔 노조 '내부출신' 인정·직원 지지가 결정적 영향
이번엔 노조 "반대"…연임 기대감 크지만 '외부 빌미' 우려

"2년 이상 KB에서 일하고 연임한 이력이 있으면 내부 인사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14년 9월말. KB사태 직후 KB금융 차기 회장 선출로 여전히 시끌시끌하던 때다. 당시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은 민감한 시기에 이같은 언론 인터뷰를 쏟아냈다. '외부 낙하산 반대' 성명서도 냈다.

당시 노조가 내부출신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제시해 사실상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KB금융 안팎에선 해석했다. 그 후보가 다름 아닌 지금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다. 3년이 지난 지금 노조의 입장은 달라졌다. 7일 KB금융 노조협의회는 윤 회장의 "연임 반대"를 공식 선언했다.  

 

노조의 이런 입장이 3년 전과는 달리 차기 회장 선출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M&A성공, 당기순이익 개선, 리딩금융그룹 회복 등 윤 회장의 성과를 볼 때 여전히 연임 가능성은 높다. 다만 자칫 이런 내부의 불협화음이 결점이 돼 '외부 세력(?)'에 빌미를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3년 전의 윤종규

 

윤 회장은 2002년 고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삼고초려로 KB와 인연을 맺었다. 2004년까지 재무전략본부 부행장(CFO)과 개인금융그룹 부행장을 지냈다. 이후 은행을 떠났지만 어윤대 회장 시절인 2010년부터 2013년까지 KB금융지주 부사장을 지냈다. 당시 노조가 제시한 내부 출신 기준에 부합한다. 

윤 회장은 노조를 비롯한 내부 직원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망을 얻었다. 조금 과장하면 그 덕분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14년 당시 낙하산 후보들이 창궐하던 때였다. 정권 초 TK 출신과 정권 창출에 힘을 보탠 인사들이 KB금융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KB사태 직후라 낙하산 인사에 대한 KB금융 안팎의 거부감도 상당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뽑은 최종 면접대상자 4명 중에서 하영구 당시 한국씨티은행장(현 은행연합회장)을 제외하면 윤 회장을 포함한 3명의 후보가 모두 KB에 적을 뒀던 인사들이란 점만 봐도 그랬다.

게다가 당시 정부와 정치권에선 하영구 후보자를 밀고 있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회추위에선 하영구 후보와 윤종규 후보 둘을 놓고 재투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2차 투표에서 윤 후보자가 6표, 하 후보자가 3표를 얻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당시 정부가 밀었던 인사를 제친 것은 이례적이라 할만했다. 정부의 압박에도 회추위원(사외이사)들이 윤 회장에게 표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무얼까. 내부 출신 CEO에 대한 직원들의 갈망, 또 윤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지지와 신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노조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것이 결정적인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 3년 후의 윤종규


3년 후 또다시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가 차기 회장 선출에 들어갔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권 초 외부 낙하산 혹은 외압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눈에 띄는 점은 윤 회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국민은행지부가 KB금융 노조 협의회를 구성해 '윤 회장 연임 반대'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박홍배 국민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노조를 탄압하고 노조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졌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강행하기도 했다"며 "CEO가 가져야 할 자격 요건 중 도덕성이나 준법 등의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노조는 KB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도 했다. 설문조사를 끝냈지만 중복투표 등의 오류 가능성을 시정해 다음주께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까지 과반 이상이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물론 이같은 설문조사는 현실적으로 현직 CEO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윤 회장은 지난 10년간 연거푸 낙하산 인사로 만신창이가 된 KB 조직을 추스르고, 영업을 본궤도에 올렸다. 현대증권 M&A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직원들에 대한 실적 압박과 영업강도는 세졌을 터. 전 정권에서 밀어부친 성과연봉제 도입에도 앞장섰다. 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 만을 받을 순 없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도 노조의 이런 입장은 연임을 앞둔 윤 회장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외부 세력에겐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 회장의 연임 사례가 없고 외풍에 취약했던 전례를 볼 때 더욱 그렇다. 금융권 관계자는 "3년 전엔 노조(직원), 이사회가 똘똘 뭉쳐서 외풍을 막아냈던 것"이라며 "그만큼 윤 회장을 반대할 명분이나 빌미가 없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고도 평가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