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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호 리더십, 104년 닫힌 서울시금고 열었다

  • 2018.05.04(금) 15:25

서울시, '제1금고 신한은행·제2금고 우리은행' 선정
신한 위성호 행장, 작년 기관영업 고배 '자존심 회복'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을 위해 필리핀 출장길에 올랐던 위성호 신한은행장(사진)은 지난 3일 오전 급히 귀국했다. 서울시금고 심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PT)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가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전략을 점검하고 담당 직원들을 격려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위 행장이 직접 PT를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현장을 챙기기 위해 급히 필리핀에서 돌아왔다"며 "PT가 끝나고 바로 필리핀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말했다.

 

기관영업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시금고 금고지기 경쟁의 최종 승자는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 제1금고 금고지기로 선정되며 104년간 이어진 우리은행의 서울시금고 독점운영을 끊은 것은 물론, 최근 연이어 고배를 마신 기관영업에서 자존심을 살리게 됐다. 신한은행이 104년간 굳게 닫힌 서울시금고 문을 열수 있었던 키는 위 행장의 리더십에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서울시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3일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제1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은행을, 제2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은행을 선정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중 서울시와 약정을 체결하고 시금고 운영을 위한 제반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시금고를 운영하게 된다.

그간 서울시는 시금고를 하나의 은행이 모든 기금을 운영하는 단수금고 제도로 운영했으나, 이번부터는 제1금고와 제2금고로 나누는 복수금고 제도를 도입했다.

 

제1금고로 선정된 신한은행은 일반·특별회계를 관리하게 된다. 올해 서울시 예산 기준 제1금고에서 운영되는 자금 규모는 31조8141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국 지자체 중 최대 규모다. 제2금고로 선정된 우리은행은 성평등기금, 식품진흥기금, 남북교류기금 등 각종 기금을 담당한다. 제2금고의 자금 규모는 올해 예산 기준으로 2조2529억원 가량이다.

이날 서울시의 발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제1금고를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우리은행이 1915년 조선상업은행 시절 경성부청과의 금고계약을 시작으로 100년 넘게 서울시의 시금고를 맡아왔다는 전력과 함께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이택스)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심의 평가 배점 중 우리은행이 금고업무 관리능력(25점), 전산능력(7점)에서 고득점을 확보해 사실상 제1금고 운영권을 가져갈 것으로 봤다.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을 제치고 1금고 지기에 선정된 것이다. 지난해 기관영업에서 연이은 고배를 마신 신한은행이 절치부심하며 이번 금고 입찰을 준비해 왔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4만 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을 KB국민은행에 내줬다. 여기에 운용자산 규모가 6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 사업권을 우리은행에 뺏겼다.

이에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직접 나서 기관영업에서의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그룹 내 기관영업 부문을 기관그룹으로 확대했다. 서울시금고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반년 전부터 태스크포스팀(TF)를 운영하며 공을 들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010년부터 서울시금고 유치전에 뛰어들며 지속해서 준비를 해왔다"며 "인천시 제1금고를 포함해 20개 정도의 지자체의 금고를 안정적으로 운영한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산을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역시 인천시 금고를 운영하고 있는 노하우를 통해 극복했다"며 "은행전산과 이택스를 맞물리는 등의 과정은 TF를 운영하면서 준비중이며 서울시 특성이 반영된 일정 부문만 보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우리은행의 장기간 시금고 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점 역시 이번 시금고 선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00년이 넘는 기간 우리은행이 서울시금고를 담당하다보니 투명성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서울시가 이번에 복수금고 체제를 도입한 것도 이같은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한은행은 이번에 제1금고 운영사업권을 따냄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함께 1만명이 넘는 서울시 공무원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오는 하반기부터 이어질 25개 서울시 구금고 경쟁과 인천시 시금고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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