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장 임기가 연말연초에 끝난다. 이대훈 농협은행장 임기는 다음달까지고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업계에선 위 행장과 이 행장이 연임에, 함 행장이 작년에 이어 한번더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취임 이후 실적 등 성과가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송사 등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함영주 행장은 지난 7월 하나은행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처음으로 다른 후보와 경쟁해야 하고 이대훈 행장은 그간 농협은행에 연임 행장이 없었던 점을 극복해야 한다.
◇ 성적표는?
함영주 행장은 2015년 9월 취임이후 3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하나은행 당기순이익은 2015년 9699억원, 2016년 1조3727억원, 2017년 2조1035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성장률은 40~50%대에 이른다.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757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1% 증가했다. 2015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현재의 KEB하나은행으로 통합한 이후 3분기 누적 사상최대 실적이다.
올해 1월부터 농협은행을 이끌고 있는 이대훈 행장은 '깜짝 실적'을 냈다. 올 1~3분기 농협은행 당기순이익은 93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1% 증가했다. 사상최대 실적으로 연말에 1조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작년 3월 취임한 위성호 행장은 지난해 부진을 올해 씻어냈다. 작년 신한은행 당기순이익은 1조7110억원으로 2016년보다 11.8% 감소했다. 희망퇴직 등으로 판관비가 늘었고 법인세를 환급받았던 2016년과 비교된 기저효과 탓이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9165억원으로 작년동기대비 13% 늘었다.
◇ 약속 지켰나?
위성호 행장은 작년 취임사부터 올해 중점사업계획까지 디지털과 글로벌을 강조하고 있다. M&A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은행의 글로벌 수익 비중을 2020년 20%까지 올리고 금융시장에서 신한은행이 디지털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성과는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작년말 호주계 ANZ은행의 소매금융 사업부문을 인수해 베트남 1위 외국계은행에 올랐다. 국외점포 손익비중은 9.3%(2016년), 13.7%(2017년), 12.8%(2018년 3분기) 등으로 순항중이다. 디지털도 성과를 내고 있다. 위 행장은 신한카드 사장 시절 시도했던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바탕으로 '신한 쏠(SOL)' 앱을 지난 2월 출시했고 이 앱은 출시 8개월만에 가입자가 700만명이 넘어섰다. 여기에 한해 예산이 34조원에 이르는 서울시금고 운영권을 따온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함영주 행장이 2015년 취임사를 통해 첫번째로 내세운 것은 원뱅크(One Bank)였다. 당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한 'KEB하나은행'이 출범했다. 그는 인수 후 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 적임자로 행장에 선임됐고 성공적으로 통합 작업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작년초 연임에 성공했다.
함 행장은 영업제일주의를 앞세워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외환은행 등과 합병을 통해 성장한 하나은행에서 함 행장은 출신이나 연공서열 대신 성과 중심의 인사 정책을 펼쳤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대훈 행장은 "범농협 수익센터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임 약속을 지켰다. 그는 서울·경기영업본부장 시절 영업실적을 전국 하위권에서 상위권을 끌어올린 '영업통'으로 임기 1년짜리 은행장을 맡아 단기간내에 농협은행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 변수는?
성과만으로 연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환경 변화 등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하나은행은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지배구조를 개편한 이후 진행되는 첫 은행장 선임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내부규범중 36조(최고경영자 후보자 추천 절차)를 개정했다.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복수의 은행장 후보를 추천하고 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은행장 선정방식이 '단수 추천'에서 '복수 경쟁'으로 바뀐 것이다. 함 행장은 경쟁없이 작년초 연임에 성공했지만 내년에는 다른 후보와 경쟁해야 한다.
재판 변수도 있다. 함영주 행장은 현재 채용비리 관련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위성호 행장은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남산 3억원 사건' 의혹에 대해 재수사를 요구하면서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이대훈 행장은 역대 농협은행장중 연임에 성공한 행장이 없다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 아울러 이 행장이 선임 된 직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바뀌었다는 점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