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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기업은행장, 조용히 농협은행 찾은 이유

  • 2018.08.01(수) 15:37

김도진 행장, 창립일 맞아 농협은행 종로금융센터 방문
1961년 농업은행서 분리 6년간 셋방살이
"선배들 땀과 눈물 배어 있는 곳..디지털·글로벌 매진"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창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NH농협은행 종로금융센터를 조용히 찾았다. 그가 경쟁사 은행 지점을 찾은 이유는 이곳에 기업은행 본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1961년 설립된 기업은행은 농협이 소유한 이 건물에서 7년간 '셋방살이'를 했다.

김 행장은 "여기서 57년 전 IBK가 역사적 첫발을 내디뎠다"며 "1961년 설립 당시 선배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현장"이라고 전했다.


 

▲ NH농협은행 종로금융센터는 1926년 준공됐다. 일제강점기 '일장기 말소 보도'로 폐간된 조선중앙일보가 본사로, 광복이후 농협은행이 지점으로 활용했다. 1961년 창립된 기업은행은 농협은행으로부터 이 건물을 6년간 빌려 본사로 사용했다. 서울시는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사진 = 서울시]


◇ 기업은행 모태는 농업은행

1일 기업은행은 을지로 본점에서 창립 57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1961년 8월1일 기업은행은 자본금 2억원으로 설립됐다. 당시 설립 상황을 보면 김 행장이 왜 NH농협은행 종로금융센터를 찾았는지 알 수 있다.

1961년 정부는 농업은행의 일부 자산과 부채를 떼어내 기업은행을 만들었다. 농업은행이 전국 도시에서 운영하던 지점 31곳도 기업은행이 승계 받았다. 당시 도시지점을 떼어낸 농업은행은 농업협동조합과 통합해 현재 농협으로 재탄생했다. 기업은행의 모태가 농업은행인 것이다.

견지동 건물은 두 은행의 역사가 보관돼있다. 1926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 조선중앙일보가 사용하다 광복이후 농업은행이 경기도 분실로 사용했다. 1961년 창립된 기업은행은 이곳에 본점을 차리고 1968년 을지로 본점이 완공되기 전까지 7년간 농협으로부터 건물을 빌려 썼다. 기업은행이 떠난뒤 농협은 종로지점, 종로금융센터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1961년 8월 공포된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이 농협은행으로 통합됐지만 이날을 따로 기념하지 않는다. 농협은행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는 농협·축협·인삼협동조합이 통합된 2000년 7월1일을 창립일로 보고 기념식을 열고 있다.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의 모태가 같지만 60년 가까이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이제 두 은행간의 '유대관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2000년부터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은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는 업무협약을 맺어 운영했지만 이 협약도 2016년 종료됐다. 두 은행 관계자 모두 "현재 유대관계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반기 최대 이익…디지털·글로벌 확장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으로 분리된 지 57년 만에 두 은행은 국내 농업과 중소기업을 책임지는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올 상반기 두 은행은 나란히 사상최대 반기 이익을 달성했다. 기업은행 순이익은 9372억원으로 '반기 이익'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농협은행의 지주회사인 농협금융지주는 상반기 순이익이 829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1.8% 급증했다.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하면 순이익은 9650원까지 늘어난다.

두 은행은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 디지털과 글로벌이다. 김도진 행장은 기념식에서 "이제 디지털 코어 뱅크로 전환할 것"이라며 "기술을 도입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례 없는 변화를 각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글로벌금융 영토를 더욱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디지털 경쟁력 확보는 조직의 생사가 걸려 있을 만큼 중요한 의제"라며 "글로벌사업은 농협만의 독창적인 전략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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