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챗봇 도입이 한창이다. 은행은 물론 신용카드와 저축은행 등도 상담용 챗봇을 개발하거나 이미 선보였다.
상담업무는 금융회사의 '계륵' 같은 존재다. 질 좋은 상담은 회사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지만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질의응답 업무에 큰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일명 '진상' 고객들이 늘어나며 감정노동자의 업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챗봇을 도입하는 이유다.
◇ '불만 제로' 카카오뱅크 챗봇 인기
최근 출범 1주년을 맞은 카카오뱅크는 지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고객응대를 하고 처리해주는 지점이 없다보니 고객들의 불편이 예상되지만 카카오뱅크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바로 챗봇이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 6월 상담 챗봇이 출시된 이후 기존 콜센터 기반의 상담톡 문의가 49% 줄었다. 챗봇이 불편하다는 민원은 아직 없다.
하루에 상담 챗봇을 이용하는 사용자 수는 약 3500명으로 한명당 평균 3건의 질문을 한다.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답변을 하다보니 365일 24시간 응대가 가능하다.
챗봇이 소화할 수 없는 질문이 나온다면 그제서야 상담원과 연결되는 구조다. 그 결과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져 상담도 기존보다 질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금융권의 상담 챗봇은 인터넷은행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케이뱅크는 이미 지난해부터 챗봇을 적용한 '톡 상담'을 서비스중이다. 이 기술을 발전시켜 말로 하는 '콜봇'까지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 시중은행 투자 확대
시중은행도 챗봇에 열중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현재 운영중인 챗봇은 KB국민은행의 '리브똑똑'(LiivTalkTalk), 우리은행의 '위비봇', 신한은행의 '쏠(SOL)메이트', KEB하나은행의 '하이(HAI)뱅킹' 등이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예 챗봇을 위한 별도의 앱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통합플랫폼 앱에 챗봇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챗봇의 성능은 인터넷은행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인터넷은행과는 달리 지점이 아직까지는 주요 민원창구다보니 투자가 더뎠다.
하지만 최근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기존 챗봇의 업그레이드 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챗봇은 운영하는 기간이 길고 이용자가 많을수록 데이터가 쌓여 보다 좋은 수준의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은행의 챗봇 서비스는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상품 복잡한 보험권, 챗봇으로 일손 덜어
보험은 은행의 금융상품과 비교해 복잡하고 정교하며 가입기간도 길어 상담업무도 더 전문적이라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점차 좋아지면서 보험사도 챗봇 활용을 늘리는 추세다.
삼성생명은 1년간의 개발 끝에 챗봇인 '따봇'을 선보였다. '따봇'은 보험계약 조회는 물론 보험계약대출까지 가능하다.
흥국화재도 최근 챗봇 서비스를 출시하고 상품소개는 물론 보험계약대출 안내 서비스한다. DB손해보험과 AIA생명 등도 보험관련 업무 상담이 가능한 챗봇을 선보이며 기능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 카드·저축은행도 챗봇 열풍 동참
카드사와 저축은행도 다른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챗봇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는 지난해 챗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 롯데카드도 챗봇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우리카드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챗봇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간단한 상품 소개는 물론 개인정보 변경과 분실신고, 재발급 등의 업무도 챗봇을 통해 가능하다.
카드사의 챗봇도 단순 상담 넘어 이용내역조회, 카드발급, 금융서비스 신청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저축은행에서는 웰컴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이 챗봇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최근 SBI저축은행도 챗봇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금융사 챗봇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상품과 금리 안내, 각종 신고 업무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맞춤형 투자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정교화하는 추세다.
인공지능이 활용하는 딥러닝 기술의 특성에 따라 고객들이 어떤 문의를 많이 하는지, 어떤 답변을 원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서비스가 정교해진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비대면 업무가 많아지고 임금 상승 등으로 비용절감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챗봇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단순한 고객응대는 물론 자산관리와 대출 같은 정교한 업무도 가능하도록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