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을 주목하고 있다. 아마존은 1995년 인터넷서점으로 시작해 현재는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이달 장중에 시가총액이 1조달러(약 1117조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금융과 전자상거래로 서로의 영역은 다르지만 아마존의 빠른 의사결정 등을 보고 배우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윤 회장은 최근 KB금융 창립 10주년 기념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 아마존에서는 고객들이 먼저 주문한 물품이 재고 부족으로 공급이 어려워지자 미국 전역의 소매점을 돌며 4000개의 물품을 정가로 구입하고, 고객에게 약속한 할인가로 배송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움직인다는 아마존의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의 원칙처럼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고객중심의 KB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로지 고객만을 생각하며 집착하라'는 아마존의 최고 경영자 제프 베조스의 경영 철학이다. 2017년 출간된 '아마존웨이'는 윤 회장이 전한 일화를 첫번째 장(고객에 집착하라)에 소개했다. 이 책은 '아이팟 재고 부족 사건'을 "결코 적지 않은 손해를 봤지만 고객에 대한 약속은 지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속도가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며 아마존을 거론했다. 그는 "아마존은 스피드(Speed) 경영을 통해 성공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며 "70%의 정보만 확보되면 의사결정을 하고 한번 결정하면 끝이 아니라 기민하게 수정하고 보완하는 의사결정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의사결정의 첫번째 원칙은 '신속한 판단과 실행'이어야 한다"며 "빠른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작년 11월 국민은행 창립 16년 기념식에선 "은행의 경쟁자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라며 "금융 서비스 분야는 어느새 IT 신기술 전쟁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며 "손에 쥔 것에 안주하지 않는 은행으로 진화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작년 신년사에서는 "디지털금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중단없는 혁신을 통해 미래금융을 선도해야 한다"며 아마존을 예를 들었다. 그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 첨단 신기술이 지구촌 곳곳에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며 "아마존과 테슬라는 우주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작년초 실제로 아마존을 방문하기도 했다. 작년 4월 정기 조회사를 보면 "지난 2월과 3월에 동남아시아 4개국과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다녀왔다"며 "미국에서 구글, 아마존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강자들과 시티,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같은 전통적인 금융의 강자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이어 "공통적인 교훈은 디지털과 모바일의 금융혁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B와 아마존의 사업적 관계가 이어지기도 했다. 27일 금융감독원과 국민은행, 아마존웹서비스는 '전자 금융사기 방지 AI(인공지능) 알리고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AI를 활용해 휴대폰 문자를 분석해 사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회장은 다른 산업군일지라도 잘하는 점이 있다면 배우고 은행 산업에 접목 시키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산업이 등장하면서 디지털은 은행업계의 화두"라며 "윤 회장이 평소 디지털을 강조하면서 아마존을 자주 거론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