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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찍소리' 못한 대출금리 소급적용…왜?

  • 2018.10.15(월) 17:31

저축은행 표준약관 개정 속앓이
법정금리 연동해 기존 대출금리 자동 인하
업계 "입 있어도 말못해"..저신용자 대출절벽 부작용 지적

개인이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법정 최고금리는 꾸준히 내려가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은 대출을 더 싸게 받을 수 있으니 긍정적이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여신영업의 수익성이 악화돼 달갑지 않습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금융소비자(차주)와 금융사 사이에서 갈등이 많았습니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이 몰리는 저축은행업계가 시끄럽습니다.

차주는 이미 대출받은 자금에 대해서도 낮아진 금리를 적용해 주기 바라지만 저축은행은 소급적용이 상거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자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저축은행은 기존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금리를 자동으로 인하해주도록 하는 약관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빠르면 이달중 시행 예정입니다. 업계가 표준약관을 개정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더 들어가보면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 합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한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합니다. 

◇ 표준약관 개정중..최고금리 낮아지면 기존 대출금리도 자동인하

그동안 법정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개별 저축은행이 기존 차주에게도 금리를 낮춰주는 사례가 있긴 합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지난 2월 이후 신규 대출자부터 적용하도록 규정한 개정 대부업법상 최고금리 24%를 기존 차주에게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저축은행은 고객들을 위해 의미있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한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개별 저축은행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던 소급적용이 앞으로는 업계 전체에 자동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말 새로운 '저축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이 적용됩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미 기본약관의 개정안을 공고하고 지난 10일까지 이에 대한 업계 의견을 받았습니다.

개정안에는 제20조의2(법정 최고금리 변경사항 반영 등)가 신설됩니다. 내용은 '저축은행은 채무자와 약정한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게 되는 경우 약정금리를 법정 최고금리까지 인하한다'는 내용이 담깁니다. 개정내용은 약관 시행일 이후 체결 또는 갱신하거나 연장하는 대출약정에 한해 적용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표준약관 개정이후 저축은행에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이후 법정 최고금리가 대출받은 금리보다 낮아지면 자동으로 대출금리가 인하된다는 얘기입니다. 일종의 소급적용인 셈입니다.

반대로 법정 최고금리가 인상된다고 해도 기존 대출자의 금리가 자동인상 되지는 않습니다. 표준약관은 '인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법정 최고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적긴 해도 상징적인 의미조차 허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야말로 차주를 위한 선물입니다.

게다가 곧 법정 최고금리가 실제로 인하될 예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내리겠다는 공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표준약관 개정은 저축은행에는 수익성과 밀접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저축은행중앙회 의견수렴때 반대의견을 보낸 '용감한' 저축은행은 없었습니다. 저축은행업계가 입을 다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저축은행 "소급적용 반대 하지만 대놓고는 못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저축은행 14개사에 대해 다단계 대출모집 등 불건전영업 행위와 미흡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등을 이유로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고 금리산정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법정 최고금리는 정부가 정하지만 그 기준내에서 금리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는 금융사가 정할 일입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대놓고 금리인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업계는 금융당국이 그동안 차근차근 개입을 위한 단계를 밟아왔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신용대출 취급비중이 높은 저축은행 10곳의 대표가 금감원에 불려 갔습니다. 자리를 주관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시절부터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강하게 비판해왔습니다. 그는 떠났지만 금융당국의 저축은행에 대한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지난해 맺은 MOU 후속조치로 저축은행에 대한 현장검사가 진행중입니다. 당초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앞당겨졌습니다. 이를 두고도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말이 나옵니다.

페퍼와 JT친애, 애큐온 등 3곳은 이미 현장검사를 마쳤고 SBI와 OK, 웰컴 등 업계 빅3와 나머지 저축은행 등 총 11곳은 아직 검사를 받기 전입니다. 현장검사는 연내에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금감원의 현장검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나온 카드가 바로 '저축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의 개정입니다.

약관은 당국이 직접 바꿀 수 없습니다. 국내 저축은행 72곳은 모두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만든 표준약관을 그대로 가져다 씁니다. 당국의 현장검사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당국의 입김이 담긴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목소리를 내기란 매우 어려웠다는 후문입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당연히 내부적으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지만 검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만을 말하기 어렵다"며 "겉으로는 약관 개정을 통해 자율적인 개선안이 도입된 것처럼 보이지만 업계내에서 개정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대출금리 낮아지면 저신용자 대출절벽 우려"

개정된 표준약관은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공개적이지는 않지만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중 연 20% 이상 고금리대출은 약 85만명입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저신용자로 분류됩니다. 연20% 미만 금리로 빌린 차주는 약 25만명으로 고금리 차주(저신용자)가 3배 이상 많습니다.

 

향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려가면 고금리 차주(저신용자)만 혜택을 볼까요?

물론 낮아진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금리로 대출했던 차주들은 금리인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영향을 최소화해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같이 줄입니다. 

저축은행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 2016년 연 34.9%에서 연 27.9%로 7%포인트 낮아졌고 올해 2월에는 3.9%포인트를 추가 인하해 24%로 낮아졌습니다. 이와 관련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중 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016년말 30.1%에서 지난해 6월 27.6%로, 지난해말 26.1%, 지난 4월에는 24.6%로 낮아졌습니다.

 

최고금리가 낮아질수록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문턱이 높아진 셈입니다.

이렇게 밀려난 저신용자들은 대부업체나 사금융시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업 이하 민간 금융시장은 금융당국의 관리 밖의 곳입니다. 각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한다지만 담당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해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금리인하가 계속되면서 대부업 자산을 떠안은 일부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6등급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거의 해주지 않는다"며 "금리인하가 계속되고 자동금리인하 약관까지 적용된다면 저신용자 대출절벽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저축은행 입장에서 시중은행으로 고신용자를 넘겨주는건 상대적으로 쉽지만 저신용자를 받아주긴 매우 어려운 구조"라며 "제도밖으로 밀려나는 저신용자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 금융권내 순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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