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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내년 착오송금 구제사업 개시"…과도한 소송전 등 우려

  • 2018.12.13(목) 17:47

잘못 보낸 돈 한해 2930억..절반 못돌려받아
예보, 착오송금 채권으로 매입 돌려받는 사업
"과도한 소송전 등 득보다 실"지적도

예금보험공사가 내년에 금융거래 과정에서 송금을 잘못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착오송금 구제사업'에 나선다. 예보가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에게서 채권(돌려받을 돈)을 할인해 매입한 뒤 채무자(돈을 돌려주지 않은 사람)에게 돈을 받는 사업이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예보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수많은 소송이 벌어지고 채권을 매입할 초기 자본을 금융권이 출연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로 짜고 착오송금인 것으로 꾸며 이득을 얻는 '통정 거래' 범죄 우려도 제기한다.


▲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에 사회적 가치제고를 위해 착오송금 구제서비스를 중점사업으로 진행한다"며 "착오송금 채권을 80% 가격으로 사와 피해를 구제한 뒤 돈을 돌려받아 채권매입 자금을 보전하고 일부 이익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지난해 9만2000여건, 2385억원의 착오송금이 발생했다. 이중 5만2000여건, 1115억원이 반환되지 못했다. 건당 평균금액은 8만8160원이다.

금융권 전체에서는 이 기간 총 11만7000여건, 2930억원의 착오송금이 발생했으며 절반 이상이 반환되지 못했다.

예보는 미반환된 착오송금 채권의 82%인 약 4만3000여건의 채권을 대상으로 착오송금 구제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입법 과정을 거치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예보 업무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업무를 추가하고 정부 출연금과 금융회사 출연금 등으로 조성되는 착오송금 구제계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예보가 착오송금된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수만여 건의 소송을 벌여야 할 가능성이다.  착오송금된 돈을 받은 사람(수취인)은 돈을 돌려줄 민법상 의무가 있지만 금융기관이 수취인의 허락없이 돈을 뺄 수는 없다.

수취인이 착오송금을 인정하지 않고 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착오송금임을 인정받은 뒤 돌려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금융기관이 수취인 대신 돈을 돌려줄 의무도 없다. 법원은 과거 판결에서 은행은 착오송금으로 이익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은행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착오송금 구제를 위해서는 수만명의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밖에 없다. 준정부기관인 예보가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수취인의 반환의무가 있지만 수취인을 상대로 승소하기도 쉽지는 않다. 착오송금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형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한데 한해에 수만건이 발생하는 소액사건을 위해 수사기관이 발벗고 나서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또 착오송금 구제가 시작될 경우 이를 악용해 기존에 없던 유형의 범죄가 양산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송금자와 수취인이 짜고 착오송금인척하는 '통정 거래'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착오송금 채권을 사들이는 재원을 금융기관의 출연금으로 하는 것도 금융사로선 부담스럽다. 금융기관에는 착오송금 구제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위성백 예보 사장은 "전문가들이 소송을 해야 하는 지 검토해서 처리할 것"이라며 "
기존 피해자들이 진행한 소송을 예보가 대신 하는 것이라 전체 소송이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착오송금 피해자들은 소송을 진행하기 보다는 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착오송금 반환율이 50%에 못미치는 것도 피해금액에 비해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보니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예보의 사업으로 진행할 경우 소송은 불가피하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착오송금 구제사업을 위해서는 채권매입과 소송 비용을 마련해야 하고 이에 대해 금융권 반발이 예상된다"며 "착오송금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피해가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책임도 돈을 보낸 사람에게 있기 때문에 대규모 구제사업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당 평균 금액이 10만원도 안되는 착오송금 채권을 받아내겠다고 예보가 대규모 소송전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전형적인 포퓰리즘 사업으로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적지만 소송에 따른 업계와 예보의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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