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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감원장의 임원인사 '묘수냐 악수냐'

  • 2019.01.21(월) 17:28

윤석헌 원장, 은행-보험 업권 교차 발령
'윤 원장, 알력다툼 잠재우기 위한 묘수' 분석
'전문성 중심 인사' 소신은?

 

금융감독원이 임원 인사를 마무리했다. 작년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부원장보 9명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한지 한달여 만이다. 이번 인사에서 부원장보 9명중 3명이 교체됐다. 교체폭은 크지 않았지만 인사 방식은 파격적이었다. 금감원내 보험 권역 출신을 은행에, 은행 권역 출신을 보험 자리에 앉혔다.

작년 5월 취임한 윤 원장이 단행한 첫 인사에서 파격을 택한 주요 배경은 금감원내 알력 다툼 때문으로 풀이된다. 1999년 한국은행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이 합쳐진 금감원은 20년째 출신 권역별 알력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인사 과정에서 보험감독원 출신 설인배 부원장보(보험담당)는 사표 제출을 거부했고 설 부원장보 후임으로 한은 출신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이 거론되면서 보험권역 직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성재 국장은 예상대로 부원장보로 승진, 보험을 맡게 됐다. 예상 밖 인사도 있었다. 보험감독원 출신 김동성 기획조조정국장이 부원장보로 승진, 은행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보험감독원 등 다른 권역 출신이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격적이었다.

업계에선 보험권역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윤석헌 금감원장의 묘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 출신에겐 보험을, 보험 출신에겐 은행을 맡겨 금감원 내부에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권역별 성역을 허물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윤 원장이 작년 5월 취임이후 인사에서 가장 강조했던 덕목은 '전문성'이다. 작년 7월 윤 원장이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보면, 금감원의 전면적 내부쇄신을 위해 전문성 중심의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순환근무 기간을 늘려 전문 검사역을 키우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단행된 부서장 인사는 전문성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상민 여신금융감독국장, 최상 회계관리국장, 김성우 은행리스크업무실장 등 각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사를 배치했다. 당시 금감원은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권역간 교차배치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임원 인사에선 전문성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은행을 맡는 김동성 부원장보는 1991년 보험감독국에 입사해 보험검사국, 보험계리실 생명보험 팀장, 보험감리실장 등을 지낸 보험 '전문가'다. 보험 담당 임원인 이성재 부원장보는 보험영업검사실장과 보험준법감사국장을 지냈지만 은행감독원 출신으로 은행 업무에 잔뼈가 굵다. 윤 원장이 내세운 전문성 중심 인사시스템이 임원 인사에선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최근 만난 한 보험권 관계자는 '예전만큼 금감원이 예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순환근무로 근무기간이 짧다보니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예전만큼 금감원이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윤 원장이 '금융감독혁신 과제'로 금감원의 전문성 중심 인사를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윤 원장은 소신파 학자 출신이다. 그가 평생 지켜온 소신 덕에 금감원장도 맡고 있다. 금감원내에서 그를 지켜봐온 직원들도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소신이 강한 원장'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단행한 인사에서 원칙을 깼다. 금감원내 알력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묘수라고 좋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판세를 뒤집기 위해 둔 묘수가 통하지 않으면 되레 악수가 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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