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금융지주와 은행업계에 '지배구조'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는 11~12월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 은행장 임기가 줄줄이 끝난다. 현재 수장이 연임할지 새로운 후보가 등장할지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내년으로 달력을 넘겨보면 금융지주 회장 연임 이슈가 이어진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등 임기가 내년 3~4월에 끝난다. 본격적인 회장 선임 작업은 올해말부터 시작된다는 얘기다.
◇ 지배구조 이슈 첫 주자 국민은행
올해 가장 먼저 임기가 만료되는 CEO는 허인 국민은행장이다. 2017년 11월 선임된 허 행장의 임기는 오는 11월20일 끝난다. 허 행장의 운명은 KB금융지주의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쥐고 있다. 이 위원회는 윤종규 회장(위원장), 유석렬·최명희·박재하 사외이사, 허인 행장으로 구성된다.
업계에선 허 행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허 행장의 임기는 2년으로 정관상 행장의 임기인 '최대 3년'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윤 회장이 전임 행장을 맡았을 당시 임기도 3년이었다. 아울러 임기 중에 무난히 은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윤 회장의 신임도 두텁다.
하지만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갑자기 은행장에서 물러난 사례가 있는 만큼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오는 9월쯤 차기 행장 선임을 결정하는 위원회를 열고 본격적인 후보 선정 과정에 착수한다"며 "허 행장은 연임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KB금융그룹 지배구조 이슈는 올해 말 허 행장 연임에 이어 내년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 회장까지 이어진다.
◇ 기업은행장 벌써부터 하마평
차기 IBK기업은행장은 연말 금융권 인사 중 가장 조명 받는 자리다. 업계에는 오는 12월27일 임기가 끝나는 김도진 행장의 연임 가능성과 금융당국 출신 후보자의 등장 등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기업은행장은 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부가 낙점하는 인사가 은행장을 맡는 구조다. 정권이 교체되면 행장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장 중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2000년대 행장을 지낸 고 강권석 전 행장이 유일했다. 김도진 행장의 경영성과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난 정권때 임명됐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에선 금융위 출신 인사 A가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아직 하마평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A는 기업은행장 등을 포함해 3가지 정도 인사 관측이 제기되고 있고 아직 기업은행장 선임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확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 농협금융 CEO 짧은 임기 늘어날까
오는 12월31일 임기가 끝나는 이대훈 농협은행장도 3연임에 성공할지 관심이다.
이 행장은 김용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때 '임기 1년' 행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김광수 회장으로 수장이 교체된 뒤 이 행장은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농협은행장 최초 연임이었다. 하지만 그간 농협은행장들 임기가 2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신임'에 가깝다는 평가다.
관례를 보면 이 행장의 3연임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간 농협금융이 CEO 임기가 짧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온 만큼 이번에는 변화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영승계절차는 정관에 따라 임기만료일 40일전에 시작된다. 오는 11월 중순부터 경영승계절차가 시작된다는 얘기다.
그간 농협은행장은 내부 출신이 맡아온 만큼 이번에도 임원급에서 행장 후보군이 나와 이 행장과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4월에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도 변수다.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 등과 맞물려 차기 은행장 인선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내년 3월 금융지주 지배구조 급변기
내년 3월에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끝난다.
이들은 모두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연임을 뒷받침할만한 성과도 나왔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금융지주 1위에 올랐고 우리금융은 올해 초 성공적으로 금융지주 전환에 성공했다. BNK금융은 안정적으로 조직이 정비됐다.
변수도 있다.
김지완 회장(1946년생, 73세)은 '나이'가 부담이다. 다른 금융지주는 재선임하는 회장의 나이를 70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 3월 BNK금융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회장은 1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는 문구를 집어넣기도 했다. BNK금융은 내년 3월 빈대인 부산은행장과 황윤철 경남은행장 임기도 끝난다. 내년 초 지배구조 격변기를 맞게 되는 셈이다.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손태승 회장은 내년 3월 회장 임기가, 내년 12월 은행장 임기가 각각 끝난다. 2017년 말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한 손 회장은 올해초 지주가 출범하면서 한해 동안 한시적으로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금융은 내년에 회장과 행장을 분리할지부터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기소 상태에선 연임이 어렵다"며 "늦어도 올해말까지 재판 1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