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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7전17패…부동산 정책 왜 실패할까

  • 2019.12.19(목) 10:07

'갭 메우기' '갭 투자' 막겠다는 12·16 부동산 대책
18번째 대책, 강도 중간→특단 세졌지만 내성만 키워
"집값 잡겠다, 싸우겠다"는 인식부터 버려야

12·16 부동산 대책의 대출 규제는 두가지 '갭'(gap, 차이)을 틀어막겠다는 정책이다. 한 지역이나 단지의 가격이 오르면 주변도 그 가격을 따라잡는다는 '갭 메우기'와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갭 투자'다.

'갭 메우기' 대책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대출금지다. 정부는 일부지역의 과열이 주변부로 순식간에 확산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 16일 김태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초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뒤이어 주변시세가 동반 급등한다"고 말했다. 초고가 아파트로 들어가는 돈줄(대출)을 죄어 '낙수효과'를 막겠다는 얘기다.

'갭 투자'를 막는 방식은 대출과 보증의 제한이다. 전세대출로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거나 2주택 이상 보유할 경우 대출을 바로 회수한다. 또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의 전세대출은 공적보증(주택금융공사‧HUG) 뿐만 아니라 사적보증(서울보증보험)도 제한할 예정이다. 9억원이 넘는 주택의 갭 투자를 막아 부동산 가격의 ‘분수효과’를 막겠다는 얘기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지난 16일 홍남기 부총리는 "주택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출금지의 위헌소지'를 묻는 질문에 "(부동산 가격과) 싸우겠다는 의지로 읽어달라"고 답했다.

문제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인위적으로 잡을 수 없고 아무리 정교한 정책이라도 시장과 싸워서 이기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번 12·16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1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2년6개월 동안 17번 대책이 쏟아졌지만 부동산 가격은 잡지 못했고 정부는 늘 싸움에서 졌다. 17전17패다.

시장과 싸움에서 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17번의 정책이 쏟아지면서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는 점이다.

2017년 이번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인 6·19대책을 발표할 당시 고형권 기재부 1차관(현 주OECD대한민국대표부 대사)은 "저희들이 사용한 수단의 강도를 보면 중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12·16 대책 발표 이후 만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특단의 조치"이라고 표현했다. 부동산 대책의 강도가 2년6개월 만에 '중간'에서 '특단'으로 강해진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대책에 대한 피로감에 대해 "부동산 규제의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없이 부동산시장에 규제 내성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가 발표 때마다 새로운 규제를 쏟아 내거나 규제 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2·16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 정부는 어떻게 할까.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특 특단의 조치를 내놓겠다"고 답했다. 더 센 강도로 부동산정책 내성만 키우고 있는 정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발언이다.

지난 16일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은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도 완강해서 오히려 허술하게 들린다. '본전'과 '손실'만 허용하는 주택 거래를 상상하기 쉽지 않아서다.

정부가 바로 잡아야할 대상은 집값이 아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집값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싸움은 승패가 엇갈리지만 가격은 승패에 관심이 없다. 시장 입장에선 집값이 내린다고 패배, 오른다고 승리도 아니다.

가격은 잡는 것이 아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형성된다. 하지만 정부는 '살고 싶은 곳'의 공급은 틀어막고 수요를 규제할 방안만 쏟아내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줄여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싶은, 교육 환경이 좋은 곳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은 기본 '욕구'를 모른척하고 있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정부와 시장의 인식의 '갭'을 좁히지 못하면 18번째 싸움의 결과도 이전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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