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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당금 늘리긴 했는데…긴장하는 은행

  • 2020.04.29(수) 16:15

코로나19 영향에 충당금 적립액 17% 증가
충담금 설정 부족할수도…경기 악화시 '폭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은행들 역시 예년보다 충당금 규모를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금의 대출증가세와 경기를 고려하면 적립한 충당금 적립이 충분치 않아 나중에 은행이 '충당금 폭탄'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3108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46억원보다 17% 늘었다.

통상 은행은 대출을 집행한 이후 향후 연체율, 차주의 신용등급 등을 따져본 후 전체 대출 중 일부를 사전에 적립해 손실로 반영한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국내 실물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자 은행들 역시 취급한 대출이 예년에 비해 부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충당금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피하기 위해 긴급히 자금을 융통한 가계와 기업이 대폭 늘어난 점도 충당금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당장 올해 1분기 은행의 가계‧기업 대출 증가액은 5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9조6000억원보다 2배 이상 폭증했다.

일단 은행들이 충당금 설정을 늘리긴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빠르게 실물경기가 나빠져 부실을 충분히 대비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대출 증가세와 단순 비교해 봐도 충당금 증가폭이 크지는 않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꼽힌다.

먼저 지난 1분기 코로나19 영향이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강타하면서 은행들의 순익이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거 충당금을 쌓을 경우 순익이 대폭 줄었을 거란 의미다.

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은 시기에 따라 언제든지 적립할 수 있다. 미래의 회수여부를 두고 측정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지난 1분기에는 실적이 감소가 가시화됐고 어느정도의 실적 방어를 위해 충당금 적립에 다소 신중하게 접근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이유는 정부가 대출에 대한 이자 상환 유예 등을 적극 권장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통상 은행은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 된 대출을 무수익 여신 대상으로 구분하고 이를 크게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사실상 고정 이하의 대출은 회수하기 힘들다고 본다. 고정 이하의 여신이 늘어날수록 은행은 더욱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채무자의 대출상환 유예 조치 등을 취했다. 당장 29일부터 개인채무자들은 코로나19로 대출 상환이 어려워졌다는 점만 증빙하면 최대 1년동안 원금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는 이미 이같은 방안이 도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이자 상환 유예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유예된 대출에 대해서는 정상 여신으로 취급해야 한다. 충당금을 쌓을 ‘명목’이 없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19는 이전의 금융위기와는 달리 실물경기를 완전이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실물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이상 은행은 ‘숨겨진 폭탄’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셈이다. 특히나 유예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이를 신청한 대출차주들의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이 폭탄이 한번에 터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기 회복에 동참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대출 문턱을 상당 수준 낮춰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 취급한 대출보다 부실가능성이 큰 대출 비중이 높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향후 대출채권들의 부실이 언제 어느 규모로 터질지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대규모 충당금을 한번에 쌓아야 할 텐데 이점이 걱정되는 부분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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