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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했던 3월, 증권사에서 벌어진 일

  • 2020.05.07(목) 16:15

마진콜 위기에 8.5조 현금 비축
급전 빌리고 해외채권도 매각

현금 및 예금 119억8000만달러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3월 국제수지표에 나와있는 수치다. 이 안에는 코로나19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 국내 증권사들이 겪은 식은땀 나는 위기가 흔적으로 남아있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은행문을 두드렸고 보유한 해외채권을 내다팔았다.

국제수지표는 우리나라와 외국과의 거래내용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일종의 가계부다. 수출입, 서비스, 금융 등 모든 거래가 잡힌다. 크게 경상수지와 금융계정으로 나누는데 주식, 채권, 파생상품 거래는 금융계정에 기록한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3월 국제수지 보도자료 중 일부다. 금융계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빨간 밑줄)을 확인할 수 있다. 금액이 전월에 비해 크게 늘었다.

3월 금융계정을 보면 눈에 띄는 숫자 3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주식, 현금 및 예금, 차입이다. 모두 100억달러가 넘었다.

먼저 증권투자 부채항목에서 '주식' 부분이다. 3월 한달새 106억3000만달러가 감소했다. 증권투자 부채는 외국인 투자가 늘면 플러스(+), 감소하면 마이너스(-)로 표기한다. 3월에는 코로나19에 놀란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까지 외국인이 월별 100억달러 이상 주식을 내다판 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때인 2007년 8월(105억2000만달러)이 유일했다. 이번에 그 기록을 깼다.

기타투자 자산항목에서 '현금 및 예금'이 119억8000만달러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2월만해도 현금 및 예금 증가액은 24억8000만달러였는데 어딘가에서 뭉칫돈이 추가로 들어왔다. 코로나19로 모든 경제주체가 충격에 빠졌을 때인데 이 돈의 주인공은 누굴까.

힌트를 찾으려면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봐야 한다. 예금취급기관, 곧 은행에서 53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사·보험사·자산운용사 등 기타금융기관은 69억8000만달러 늘었다. 당시 평균환율로 환산하면 8조5000억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은행의 현금 및 예금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해왔지만 기타금융기관의 현금 및 예금이 70억달러 가까이 늘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직면한 증권사들이 자금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조회하면 '현금 및 예금'의 주인공을 엿볼 수 있다. 3월 기타금융기관의 증가액이 6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증권사들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기타투자 부채항목에서 '차입'이 151억달러 늘어난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은은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과 그보다 만기가 긴 장기차입을 구분해놓고 있는데 3월의 경우 단기차입 증가액이 141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IMF 외환위기 때도 단기차입이 이렇게까지 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단기 조달이 은행을 통해 이뤄졌다. 한은은 이 가운데 상당액이 외국계은행 지점을 통해 국내 채권투자나 증권사 대출 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증권사들은 보유한 해외채권도 팔아치웠다. 증권투자 자산항목에서 부채성증권을 보면 3월에만 30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가운데 기타금융기관의 매도액이 42억달러에 달했다. 관련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07년 1월 이후 최대규모다.

한은은 금융시장 급변동으로 헤지비용이 늘어난 보험사와 마진콜 부담을 느낀 증권사들이 해외채권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에 3월은 고비였다. 코로나19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마진콜 위기에 몰렸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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