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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점검]'10개의 서울' 다 어디로 갔을까?

  • 2020.07.06(월) 11:30

2003년 참여정부, 지역균형발전 일환으로 혁신도시 추진
부산·강원 등 10개 혁신도시 설립…112개 공공기관 이전
지방세수 증가 등 긍정평가 VS 인프라 격차 여전 부정평가

수도권 거주가 일종의 '스펙(Spec)'인 시대다. 서울·경기권에 거주하기만 해도 따라오는 화려한 인프라들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더욱 넓히고 있다. 여전히 서울, 수도권 집을 사겠다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논란은 한두 해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 노태우정부에서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된 건 2003년 노무현정부 들어서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바로 혁신도시다. 혁신도시 조성의 핵심 정책은 공공기관 이전이었다. 정책수립 등의 과정을 거쳐 2007년부터 공공기관이 이전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최종적으로 112개 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112개 공공기관의 이전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에 따르면 7월 1일 기준 수도권 인구가 2596만명, 비수도권 인구가 2582만명으로 사상 최초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우리나라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인구 절반 이상이 모여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정부…혁신도시 10곳에 113곳 공공기관 이전 

노무현재단에서 공개하고 있는 참여정부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참여정부는 10대 과제 중 최우선 과제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꼽고 있다. 그만큼 지역불균형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것이다.

노무현정부에서 나온 국가균형발전정책은 크게 두 가지.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고 행정중심복합도시(현 세종특별자치시)를 조성하는 것으로 대체했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그대로 추진했다. 그것이 지금 10개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혁신도시다.

2007년 제주혁신도시(서귀포)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 혁신도시는 ▲강원 원주 ▲대구 동구 ▲울산 중구 ▲충북 진천·음성 ▲경북 김천 ▲전북 전주·완주 ▲광주·전남 나주 ▲부산 영도·남·해운대구 ▲경남 진주 10곳이다.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수도권 소재 345개 공공기관 중 175개 기관을 이전대상기관으로 선정했지만 일부 공기업이 통폐합하거나 부설기관으로 독립하면서 최종 153개가 이전했다. 이 중 혁신도시로 이전한 기관이 112개다. 나머지는 혁신도시와 관계없는 지역에 개별 이전(22개)하거나 세종시(19개)로 옮겼다.

유일하게 혁신도시에서 제외 된 지역이 대전과 충남이다. 대전은 대전청사와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있어 혁신도시 선정에서 빠졌다. 또 세종시가 세종특별자치시로 충남에서 독립하면서 사실상 충남도 혁신도시가 없는 지역이 됐다.

노무현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이 잡음 없이 무난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면 재검토 주장이 나왔다. 또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부가가치 효과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재검토 추진을 백지화하고 기존의 혁신도시 제도를 보완해 추진했다.

#정주인구·지방세수 증가…절반은 성공

혁신도시 정책을 추진했던 참여정부는 당시 10개의 서울이 탄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공공기관 이전으로 해당 지역이 누릴 경제적 풍요,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혁신도시 추진이 진행된 지 17년. 실제 결과물은 어떨까.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혁신도시로 이전한 109개 공공기관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혁신도시 정주인구는 20만5000명으로 2018년과 비교해 1만2000명 더 늘었다. 혁신도시 정책을 진행하며 세웠던 계획인구(26만7000명)의 76.4% 수준이다.

공공기관 이전과 이에 따른 정주인구 증가로 지방세수도 늘었다. 지난해 말 혁신도시로 이주한 공공기관들이 납부한 지방세수는 4228억원으로 2018년(3814억원)과 비교해 10.9% 증가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지역물품을 우선구매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줬다. 지난해 기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의 물품 구매비용은 9조 4181억원으로 이중 지역물품 구매비용이 1조2600억원으로 전체 구매비용의 13.4%를 차지한다. 2018년과 비교해 지역물품 구매비용이 8.8% 증가했다.

공공기관을 따라 지방으로 입주한 민간기업의 수도 늘었다. 2018년 기준 혁신도시로 이전한 기업 수는 693개사에서 지난해 1425개사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국토교통부는 "혁신도시 내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사무실 임대료를 지원하고 부지분양 대금이자를 연간 10% 차감하는 등의 지원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수도권과 인프라 격차 여전…절반은 실패

혁신도시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혁신도시 정책을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부르는 이유다. 특히 혁신도시 정책 도입 당시 문제로 떠오른 직원들의 강제이주 및 이탈은 지금까지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수도권과의 인프라 격차다.

2018년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혁신도시 시즌2 추진방안을 보면 정부 스스로 혁신도시 시즌1의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고백하고 있다. 보고서는 "혁신도시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부분이 청사신축비 등에 한정적으로 쓰이고 있고 예산지원도 줄어들고 있어 정주여건 개선 및 도시발전이 지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국토교통부가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주여건 만족도조사를 한 결과 전반적인 만족도는 52.4점이었다. 주거환경에 대한 평가는 58.9점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으나 ▲교통환경(44.5점) ▲여가활동환경(45.2점) ▲편의·의료서비스 환경(49.9점)에 대한 평가점수는 낮았다.

혁신도시 정책이 수도권 인구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혁신도시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지만 이 증가가 사실은 수도권 인구가 아닌 기존 지역 인구에서 유입됐다는 것이다.

2018년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혁신도시와 주변지역의 인구이동 특성과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도시 건설 이후 7개 혁신도시의 원도심 및 주변지자체에서 혁신도시로 순유출된 인구 수는 8만4382명이다. 반면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유입된 인구는 2만2618명으로 원도심과 주변지자체에서 들어온 인구가 약 4배가량 더 많았다.

이는 기존 낙후된 원도심 및 지자체보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발전한 혁신도시에 기존 주민들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가 오히려 원도심 및 주변지자체의 공동화 현상을 유발한 셈이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혁신도시 시즌1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사실상 비용 대비 효과는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며 "차라리 부산, 대구 등 큰 도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수도권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혁신도시 정책을 진행하는게 맞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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